북한 주민들이 2017년 4월16일 평양에서 열린 김일성 탄생 105주년 기념 꽃 전시회 행사에서 휴대전화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평양/EPA 연합뉴스
북한 주민들이 2017년 4월16일 평양에서 열린 김일성 탄생 105주년 기념 꽃 전시회 행사에서 휴대전화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평양/EPA 연합뉴스

평양 거리에서도 ‘스몸비’(스마트폰 좀비)의 모습은 종종 포착된다. 세계 여느 나라와 마찬가지로 북한에서도 ‘손안의 작은 세상’이 젊은층을 매혹하고 있는 것이다. 외부 세계와의 접속은 차단되어 있지만 손전화는 분명히 현대화하고 있는 북한 사회의 단면을 드러낸다.

김정은 시대 북한의 가장 큰 변화 가운데 하나는 이동통신의 보편화다. 2002년 첫발을 내디딘 북한의 이동통신 서비스는 2008년에야 본격화했다. 이집트 이동통신기업 오라스콤이 조선체신회사와의 합작으로 고려링크를 출시하면서다. 첫해 가입자 수는 1694명에 그쳤지만 3년 만에 100만명을 돌파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3년 북한의 이동전화 가입자는 242만명, 2015년에는 324만명, 2016년에는 360만명으로 집계됐다.

폭발적인 성장 뒤에는 장마당을 중심으로 한 소통과 연계라는 현실적 필요가 자리잡고 있었다. 실시간으로 시세와 환율을 파악하고 상품 주문을 받으며 배송하는 것까지 모두 손전화를 통해 이뤄졌다. 2017년 탈북한 한 여성은 <한겨레>에 “손전화기는 북한 생활에서 필수”라며 “처음에는 주로 장사하는 사람들이 썼는데 지금은 직업을 가진 사람뿐 아니라 대학생이나 청년들도 멋을 부리느라 쓴다”고 했다. 현재는 고려링크 외에도 강성네트와 별까지 3개의 이동통신사가 경쟁하는 체제로, 세 통신사의 가입자를 합치면 400만~500만명 정도로 추정된다. 인구 2500만명인 북한 사회의 20% 가까이가 손전화를 이용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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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는 아직 피처폰도 널리 사용되고 있으나 2013년 이후 평양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스마트폰, 즉 ‘지능형 손전화기’ 보급률이 급격히 늘었다고 전해진다. 초창기에는 중국산 수입 모델들이 주로 쓰였지만, 2013년 8월 북한에서 자체 생산했다는 스마트폰 ‘아리랑’이 첫선을 보인 뒤 북한 소비자들은 ‘아리랑’과 ‘평양’, ‘진달래’ 시리즈 등 북한 제품을 많이 사용하는 추세라고 알려졌다. 단말기 가격은 사양에 따라 다르지만 미국 <자유 아시아 방송>(RFA)은 지난해 출시된 최신형 스마트폰 ‘평양2423’은 500달러 가까이 내야 살 수 있다고 전했다. 미국 <시엔엔>(CNN) 방송에 따르면 2017년 평양 여명거리 상점에서 ‘아리랑’의 판매가는 350달러였다. 요금제는 선불이며 200분 무료통화에 기본요금이 북한돈 3000원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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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부품들을 조립해 만들어 조잡하다’는 평가를 받는 북한산 손전화의 실체는 어떨까? <한겨레>가 지난 6일 ‘평양2423’을 입수해 사용해본 결과, 흥미로운 점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일단 겉모습은 국내 보급형 스마트폰과 다를 바 없었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체계를 사용하는데 사진기, 동영상, 녹음기, 나침판, 달력, 기록장 등 20개의 유틸리티 외에 23개 앱이 기본으로 깔려 있었다. ‘백두산총서’와 ‘광명도서’ 등 체제선전용 앱도 있지만 각종 사전과 영어·중국어 학습 앱, 문서와 엑셀, 피피티(PPT)까지 만들 수 있는 ‘사무 처리’ 앱과 날씨를 알리는 ‘기상정보봉사’ 앱, 오락 앱 등이 다양하게 제공됐다.

앱 가운데 ‘나의 길동무 4.1’은 단연 눈길을 끈다. 북한 선전매체인 <조선의 오늘>은 지난해 이 앱이 ‘삼흥정보기술교류소의 일군과 연구사들’이 개발한 ‘종합열람프로그람’이라고 소개한 바 있다. 150여개 오락이 제공되며 내비게이션인 ‘길동무1.1’ 등 ‘프로그람’이 24개, 도서 1500여권과 900편이 넘는 ‘동영상물’ 및 669곡의 ‘화면반주음악’ 등으로 구성됐다. 몇년 전만 해도 ‘김일성전집’ 등 체제선전용 도서 중심의 콘텐츠를 기본 제공했던 것과는 대비된다. 이 앱들은 일부 무료 콘텐츠를 제외하고는 인트라넷을 통해 온라인 구매할 수 있게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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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장갑을 낀 채 터치스크린 조작이 가능하다는 점이 ‘평양2423’의 특징으로 보였다. 1300만 화소의 카메라는 자체에 ‘얼굴 보정 기능’이 있어서 사진을 찍을 때 ‘부드럽게, 하얗게, 날씬하게, 눈 크게, 배경 빛’ 등 옵션을 선택할 수 있다. 북한 이동통신기술 분야 전문가 이영환 전 후지쯔 전무는 “소프트웨어 수준이 굉장히 높다”고 평가했다. 단점으로는 배터리 수명이 짧다는 점이 꼽힌다.

스마트폰 이용법은 우리와 크게 다를 바 없다. 젊은이들은 셀카를 찍어 공유하고 북한판 ‘페이스북’ 게시판을 통해 소통하며 채팅방에서 수다를 떨기도 한다. ‘통보문’(문자메시지)를 주고받고 때때로 영상통화도 한다. ‘옥류’ ‘상연’ 등 ‘전자결제방식의 상업봉사체계’, 즉 온라인 쇼핑몰에서 물건을 사고, ‘맛집’의 음식을 배달시켜 먹는 것도 우리네와 닮았다. 스마트폰 등장 전부터 북한에서 손전화는 송금 수단으로도 활용됐다고 알려졌다.

다만 이 모든 것은 인터넷 기반이 아닌 북한 정부가 관리하는 인트라넷인 광명망을 통해 이뤄진다. 인터넷이 보급되기 전인 1990년대 한국 사회에서 애용된 ‘천리안’ 등 통신망과 비슷하다. 아울러 이런 ‘변화상’은 아직 평양과 대도시를 중심으로 한 것이어서, 도심을 벗어나면 스마트폰뿐 아니라 손전화 보급률도 미미한 것으로 전해진다.

소수 특권계층에게만 허용된다고 알려진 인터넷 접속 권한은 2013년부터 북한을 방문하는 외국인에게도 허용되기 시작했다. 당시 진 리 <에이피>(AP) 통신 평양지국장이 평양에서 사진을 찍고 바로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려 화제가 됐다. 지금도 외국인들은 현지에서 200~250유로(약 25만~31만원)를 주고 산 국제 유심을 끼우면 인터넷 접속과 국제전화를 할 수 있다. 지난해 5월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에 참석한 한국 취재진도 이런 방식으로 취재 내용을 송고해왔다. 국제 유심으로 현지 전화나 인트라넷망 연결은 제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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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은 노지원 기자 mira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