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사령부가 61년 만에 용산을 떠난다.
주한미군은 29일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 신축된 새 사령부 건물에서 청사 개관식을 한다고 주한미군 관계자가 21일 밝혔다. 주한미군 새 사령부 청사는 부지면적 24만㎡ 규모에 4층짜리 본관과 2층짜리 별관으로 이뤄졌다. 앞서 지난해 7월 미 8군사령부가 용산을 떠나 평택기지에 자리잡은 데 이어 이번에 주한미군사도 옮겨가면서, 주한미군의 평택 시대가 본격 막을 올리게 됐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 11월 평택 기지이전사업 기공식을 한 지 10년여만이다.
미군의 용산주둔 역사는 1945년 9월 미 극동군사령부가 오키나와 주둔 제24군단 예하 7사단 병력을 한국으로 이동시키면서 시작됐다. 미군은 1949년 7월 군사고문단 일부만 남기고 철수했으나 이듬해 6·25 전쟁이 발발하자 1년 만에 다시 한국에 상륙했고, 전쟁이 끝난 뒤인 1957년 주한미군사령부가 용산기지에 정식으로 창설됐다. 미 7사단이 처음 용산과 인연을 맺었을 때부터 따지면 73년 만에, 정식 주한미군사 창설 이후부터 따지면 61년 만에 주한미군이 용산을 떠나는 셈이 된다.
주한미군사에 이어 한·미연합사령부도 올 연말까지 용산기지와 작별할 예정이다. 애초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4년 1월 한·미연합사를 평택기지로 이전하기로 한·미간에 합의가 이뤄졌다. 이 합의는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10월 ‘연합사의 용산 잔류’로 번복됐으나, 문재인 정부 들어 다시 ‘연합사 이전’이 추진됐다. 24만㎡ 규모의 연합사가 용산기지에 잔류하게 되면 기지 반환 뒤 조성될 용산공원이 기형적인 모습이 될 것이라는 비판이 서울시와 시민사회단체 등을 중심으로 거세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미는 지난해 말 연합사를 근처에 있는 국방부 경내 건물로 이전하기로 합의했다. 연합사의 국방부 경내 이전은 올해 안에 완료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기지내 드래곤 힐 호텔의 이전 문제는 한·미간 협의가 제대로 진척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8만4000㎥ 규모의 드래곤 힐 호텔은 기지 이전과 무관하게 용산에 잔류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최근 용산공원 중심에 내국인이 이용할 수 없는 미군시설인 드래곤 힐 호텔이 남게 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4월 이와 관련해 “아직 공식적인 논의는 없고 서로 간에 의견 교환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다.
주한미군사와 연합사가 올해 떠난 뒤에도 몇몇 소규모 미군부대는 2020년까지 용산기지에 잔류한다. 용산기지 내 121 병원과 주한미군특별연락관 등 9개 부대가 내년 평택기지로 이전할 예정이며, 마지막까지 남는 4개 부대는 2020년 평택기지로 떠난다. 국방부 당국자는 “올해 말이면 용산기지 내 미군부대의 평택기지 이전 사업이 80% 정도 진척될 것”이라며 “2020년까지 용산기지 내 미군 부대와 병력, 장비 등의 이전을 모두 완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