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평창 겨울올림픽에 참가할까?

평창 올림픽을 평화 올림픽으로 승화시키고 흥행을 일으키는 데 핵심 요소인 이 질문에 관해 북한은 아직까지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지난해 9월 피겨스케이팅 페어 종목에서 북한 렴대옥-김주식 조가 올림픽 출전 자격을 따냈지만, 후속 등록 절차를 거치지 않아 다음 순번인 일본팀으로 출전권이 넘어간 상태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참가 여부는 1월 중순 이후에나 구체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1988년 서울 올림픽 때도 막판까지 참가 여부를 고심하다가 결국 불참했다. 세계인의 축제인 올림픽을 남한이 먼저 연 것에 대해 ‘체제 경쟁’에서 밀렸다고 보고 민감하게 반응한 탓이다. 대신 북한은 이듬해인 1989년 사회주의권 젊은이들의 축제인 제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을 평양에서 성대하게 열었다. 평창 올림픽 참가를 놓고도 비슷한 고려를 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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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북한은 평창 올림픽 참가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정치·군사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 어떻게 체육 교류를 할 수 있겠느냐’는 게 공식 반응이었다. 하지만 장웅 북한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이 지난해 9월 페루 리마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아이오시) 총회 때 “정치와 올림픽은 별개라고 생각한다. 자격이 된다면 참가를 결정할 것”이라며 긍정적인 쪽으로 태도를 바꾼 바 있다.

아이오시도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를 위해 애쓰고 있다. 토마스 바흐 위원장은 북한이 참가를 결정하면 해당 국제경기연맹과 협의해 출전권이 없는 북한 선수들에게 ‘와일드카드’를 줄 수 있다는 입장을 이미 여러차례 밝혀왔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지난달 17일 “북한과 직접 대화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이오시를 비롯한 유관기관들이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안다”며 “우리도 아이오시 등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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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평창 올림픽 참가를 최종 결정한다면 향후 대화 국면으로 들어서겠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북한이 평창 올림픽에 참가하면 ‘올림픽 휴전’ 기간과 맞물려 핵·미사일 도발도 자연스레 ‘휴지기’로 접어들게 된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은 늘 자기 방식으로 신호를 보낸다. 그 신호를 적극적으로 포착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11월29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 발사 이후 한달째 침묵을 지키고 있다. 1월을 ‘무사히’ 보내고 52일간의 ‘올림픽 휴전’ 기간에 들어간다면 3월 말까지 넉달여의 시간을 버는 셈이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북한과 대화를 시작하기 전에 북한의 위협적 행동이 지속적으로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북-미 대화 성사 전망이 밝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일부 전문가들이 북한의 올림픽 참가를 설득하기 위한 ‘원포인트 특사’ 파견 주장을 내놓는 이유다.

앞서 북한은 2014년 10월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 참석을 이유로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한 바 있다. 당시 권력서열 2~4위였던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과 최룡해 노동당 비서, 김양건 대남비서가 서해 직항로를 이용해 인천에 도착한 뒤 12시간 남짓 머물다 돌아갔다. 하지만 당시 대화의 기회를 남도 북도 살리지 못했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한반도에서 군사적 대치 국면이 중단되는 건 천재일우의 기회”라며 “남북 대화 추진과 북-미 대화 중재를 포함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어떤 식으로든 평화 국면으로 들어서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