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원선(용산~원산) 남쪽 단절 구간 복원공사를 잠정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8월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실질적 구현 준비를 위해 가장 시급히 추진해야 할 사업”이라며 대대적으로 착공한 사업이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따른 한반도 정세 경색의 ‘유탄’을 맞은 것으로 풀이된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17일 브리핑에서 “(경원선 남쪽 단절 구간 복원을 위한) 현장 공사가 일시적으로 중단된 상황”이라고 밝혔다. 정 대변인은 “(복원사업) 예산 편성 당시에 토지매입비를 공시지가로 90억원으로 책정했는데, 사업 착수 이후 주변 시세가 올라 (매입 대상 토지의) 감정평가액이 270억원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폭등한 땅값에 맞춰 예산을 추가 확보해야 할 처지라는 얘기다. 다만 정 대변인은 “토지 매입과 설계 작업은 진행 중”이라며 “경원선 남쪽 구간 복원사업 자체가 중단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경원선 남쪽 단절 구간 복원사업의 중단에 가깝다. 예컨대 ‘공사는 언제 재개되냐’는 질문에, 정 대변인은 “예산 협의와 남북관계 상황 등을 보아가며 현장 공사의 재개 시점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토지 매입에 필요한 추가 예산을 확보하더라도, 남북관계가 좋아지지 않으면 공사를 재개하지 않겠다는 얘기로 들린다. 실제 정 대변인은 “공사 지역 대부분이 민통선 안쪽에 있어 북한의 핵실험, 잇따른 도발 위험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정부의 공사 중단 결정의 배경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북한 비핵화가 최우선’이라며 모든 남북 교류협력을 단절하고 대북 압박에 집중해온 정책 기조가 깔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해 8월5일 강원도 철원 백마고지역에서 진행된 ‘경원선 남측구간 철도 복원공사 기공식’에 참석해 “경원선이 복원되면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진군을 알리는 힘찬 기적 소리가 한반도와 대륙에 울려퍼질 것”이라고 선언했다.

정부의 공사 중단 결정을 두곤 두 갈래 다른 평가가 나온다. 전직 정부 관계자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노력으로 복원된 경의선·동해선 철도는 내팽개치고 경원선 복원이라는 쇼를 벌이던 박근혜 정부의 민낯이 드러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안병민 교통연구원 유라시아북한인프라연구소 소장은 “경원선 축선은 한반도와 유럽을 연결하는 가장 싸고 빠른 노선”이라며 “핵·미사일 등 북한 변수가 있지만 동북아 역내 간선망과 아시아-유럽 랜드브리지 구축이라는 큰 그림 아래 남쪽 구간 복원사업은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