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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국방·북한

김련희씨 북송에 ‘색안경’을 끼셨나요?

등록 :2015-11-20 19:24수정 :2015-11-20 21:05

[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안녕하세요. 북한이탈주민의 인권 문제를 여러차례 보도해온 토요판팀 허재현 기자입니다. 국가정보원 등 보안수사 기관들이 여전히 낡은 이념의 잣대로 수사를 벌이는 관행이 있어 이 문제를 계속 살펴볼 생각입니다. 이번에 제가 개인적으로 앰네스티 언론상을 받게 되었는데요.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북한이탈주민과 같은 소외된 이웃을 계속 살펴봐달라는 시민사회의 당부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올해에는 특히 ‘김련희 이야기’를 보도해왔습니다. 이미 전해드렸듯 김련희씨는 한때 북한을 이탈한 주민은 맞지만 그렇다고 남한 국민이 될 의사는 없었던 분입니다. 어쩌다 탈북 브로커로부터 유사 인신매매 피해를 당해 남한에 오게 됐지만 국정원 합동신문센터 입소 즉시 북송을 호소했다가 거절당하고 본인 의사에 반해 남한 국민이 된 분입니다. 김씨 외에도 탈북 브로커 사업의 피해자가 된 북한이탈주민이 더 있음을 전해드린 바 있습니다.

김련희씨는 북한의 가족들이 애타게 기다리고 있고 본인 역시 북송을 희망하고 있기에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다시 보내주는 것이 맞습니다. 제가 오늘 ‘친기자’ 지면으로 여러분 앞에 선 건 우리 정부가 김씨의 북한 송환을 주장해온 목사님들에 대한 수사에 나선 것을 보고 말씀드리고 싶어졌기 때문입니다.

경찰의 발표를 보면, 경찰은 목사님들이 중국에서 북한 공작원을 접촉한 것을 확인했다고 주장합니다. 만약 정말 목사님들이 그들과 접촉한 증거가 있다면 응당 수사 대상이 될 순 있겠지요.

다만 경찰이 ‘김련희 북송 주장’을 처음부터 색안경을 끼고 국가보안법 수사에 나선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습니다. 저는 김련희 북송 주장이 북한을 이롭게 하는 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그게 옳기 때문에 나오는 주장이라 생각합니다. 남과 북이 단 한 명이라도 이산가족의 아픔을 줄이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물론, 저도 북한이 김련희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북의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가 연일 김련희씨 사건을 보도하며 마치 김씨가 남한 당국에 의해 납치당한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저도 불편합니다. 남한을 북한처럼 인권탄압 국가로 몰아세우려는 정치적 의도겠지요. 그러나 북한의 이런 모습 때문에 우리가 김련희씨 북송을 거절한다면 우리도 북한 못지않게 또다른 세계적인 비웃음의 대상이 될 것입니다. 북한이 억지를 부려도 우리는 달라야지요.

경찰에 한가지 알려드릴게요. 지금 수사하고 계신 목사님들께 김련희씨를 소개해준 사람은 바로 저입니다. 김련희씨 인터뷰를 내보내고 나서 고민이 많았습니다. 북으로 돌아가겠다고 공개 선언을 했기에 김련희씨는 남한의 탈북자 사회에서 제대로 살 수 없을 것이 분명했습니다. 그렇다고 남한 정부가 김씨의 뜻대로 선뜻 북으로 보내주지 않을 것도 예상되었습니다.

김련희씨를 누군가 돕지 않으면 그가 남한에서 큰 고통만 받고 어떤 뜻도 이루지 못할 것을 우려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김씨를 통일운동 하시는 목사님들께 소개해준 것입니다. 경찰은 목사님들이 지난해 초 북한 공작원을 접촉했다고 보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언론 보도들을 보면 경찰은 목사님들이 김련희씨 문제로 북과 접촉한 것을 의심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목사님들께 김씨를 소개해준 건 올해 7월4일 저의 보도 이후이고 목사님들은 그 이전에 김씨의 존재조차도 몰랐습니다. 경찰은 부디 수사에 객관성을 유지해주길 당부합니다.

허재현 토요판팀 기자
허재현 토요판팀 기자
더불어 남한 정부에도 호소합니다. 김련희씨를 송환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는데 사실 우리 정부는 과거에 비전향 장기수를 북으로 보낸 적이 있습니다. 1993년 리인모씨의 북송 때 ‘가족 방문’이라는 명분으로 그를 북에 보냈습니다. 일종의 편법을 쓴 겁니다. 김련희씨도 이렇게 보내주면 어떨까요. 김련희씨 북송은 법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결단의 문제입니다. 부디 김련희씨를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어 남북한이 다시 화해와 통일의 길을 걷게 되는 주춧돌과 같은 사건이 되기를 바랍니다.

허재현 토요판팀 기자 catalu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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