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중국 접경 지역은 지금 개발 중이다.”

지난달 북-중 접경지역을 답사한 이종석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전 통일부 장관)의 말이다. 이 연구위원은 “도처가 건설 공사 중이었다. 2012년 답사 땐 보지 못한 풍경이고, 지난해 답사 때와도 사뭇 다르더라”고 말했다.

리커창 총리가 이끄는 중국 국무원이 23년 만에 북한과 접경지역인 지안·허룽 2곳에 국가급 변경경제합작구 건설을 승인한 사실이, 이런 “개발 중”의 방향과 전략적 의미를 또렷이 가리킨다. 이 연구위원은 “합작구의 크기나 경제적 비중보다, 북-중 경제관계가 상호협력과 연계성 강화를 지향하고 있음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징표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짚었다.

광고

중국 국무원이 올봄 승인한 지안변경경제합작구 개발계획지역에 숱한 크레인이 들어서고 트럭이 오가는 등 관련 시설물의 기초공사가 한창이다. 사진은 지난달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 현지답사를 하며 찍은 것이다. 이종석 전 장관 제공
중국 국무원이 올봄 승인한 지안변경경제합작구 개발계획지역에 숱한 크레인이 들어서고 트럭이 오가는 등 관련 시설물의 기초공사가 한창이다. 사진은 지난달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 현지답사를 하며 찍은 것이다. 이종석 전 장관 제공

예컨대 지안·허룽 합작구는 내륙에 위치해 전적으로 북한과의 경제협력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1992년 설치된 단둥·훈춘 합작구와 다르다. 단둥·훈춘 합작구는 바다를 끼고 있어 북한이 아닌 남한·러시아 등 제3국과 경협이 가능하다. 중국 중앙정부의 두 합작구 승인은, 지난 3월 구체 계획을 발표한 시진핑 국가주석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를 잇는 중국 중심의 경제벨트) 구상과도 연관된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중국 정부는 북한과 기존 합의 사항인 단둥과 신의주를 잇는 신압록강대교 건설 공사와 황금평경제특구 공동청사 신축 등도 예정대로 진행하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이런 기반시설이 유엔의 대북 제재 국면에 건설됐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지난달 15일 북한의 신의주와 마주한 랴오닝성 단둥시에 개장한 ‘단둥 호시(互市) 무역구’도 이런 흐름 위에 있다.

광고
광고

북한 쪽도 북-중 접경지대 개발에 적극적이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2013년 3월31일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경제개발구’를 언급한 이래 지금까지 모두 21곳의 경제개발구를 설치했는데, 이 가운데 8개가 압록강·두만강 등 국경 지대에 설치·운영 중이다. 요컨대 북-중 접경지역엔 중국의 국가급 변경경제합작구 4곳, 북한의 경제특구 3곳, 북한의 경제개발구 8곳이 설치·운영 중이다.(그림 참조)

북-중 접경 지역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북한 노동력의 진출도 가속화하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랴오닝성과 지린성을 중심으로 중국에 거주하는 북한 노동인력은 보수적으로 계산해도 4만~5만명에 이르리라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는 2013년 한국 외교부 추정치(1만9000여명)의 두배 안팎이다. 예컨대 중국 지린성 옌볜 투먼(도문)시 경제개발구 관리는 “투먼시 조선공업원에는 2014년 1500여명의 조선 노동자가 일했는데 올해는 3000여명으로 늘었다. 기업이 숙식을 보장하고 월 1500위안(약 30만원)의 급여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이 연구위원이 전했다. 이 연구위원은 “1인당 연 3500달러 수입을 상정하면, 이들(4만~5만명)의 연간 국내 송금액이 1억4000만~1억7000만달러에 이르리라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는 개성공단을 통한 북한의 연평균 수입 8600만달러의 두배 안팎이다.

광고

북-중 경제 협력의 이런 추세엔, 첫째 중국 지방정부의 강력한 경제적 수요, 둘째 김정은 체제 등장 이후 실용주의적 경제개방 정책의 지속, 셋째 중국 중앙정부의 전략적 판단 등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