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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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북한 붕괴’ 발언을 겨냥해 “미친개들과는 더는 마주 앉을 용의가 없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상용 무력에 의한 전쟁(재래전), 핵전쟁을 포함해 미제(미 제국주의)가 택하는 그 어떤 전쟁에도 대응할 만단의 준비가 다 되어 있다”고 밝혔다. 오는 3월 ‘키 리졸브’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앞두고 대미 강경 기조를 뚜렷이 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제1비서는 미 항공모함에 대응해 공중과 수중에서 공격하는 해·공군 연합 타격훈련을 참관하고 이렇게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31일 전했다. 이번 훈련은 미 항공모함을 공군 전투기와 해군 잠수함 연합부대가 잇달아 공중폭격과 어뢰 공격을 통해 파괴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정부 소식통은 1일 “이번 훈련 장소는 동해 원산 앞바다로, 지난 23일 서해 훈련에 이은 두번째 미국 항모 가정 타격훈련”이라고 말했다.

김 제1비서는 훈련에서 “사회주의제도를 그 무슨 ‘변화’의 방법으로 ‘붕괴’시킬 것이라고 공공연히 짖어대는 미친개들과는 더는 마주 앉을 용의가 없다”고 강조했다. <조선중앙통신>은 “미제가 우리 존엄과 자주권, 생존권을 0.001㎜라도 건드린다면 무서운 참변을 미국 본토에서 당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지난 1월9일 내놓은 한-미 연합군사훈련과 핵실험의 임시 중단 제안을 미국이 일축한 데 이어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 붕괴’를 언급하자 대미 강경 자세로 돌아선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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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북한은 1일 ‘최근 북한이 성 김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평양 방문을 초청했으나 미국이 거부했다’고 주장하며 이를 공개했다. 이 역시 북한의 강경 기조 전환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이날 <조선중앙통신> 기자와 문답 형식으로 “미국은 그(초청)에 대해선 외면하고 대화가 이뤄지지 못하는 책임을 우리에게 전가하려 하고 있다”며 “우리는 우리 인민이 선택한 사상과 제도를 제거하려는 상대와는 마주 앉을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성 김 대표가 지난 30일 중국 베이징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북한에 직접 대화를 제의했지만 방중 기간 북한과 접촉하지 못했음을 시사하는 발언을 한 것에 대한 반박인 셈이다. 미 행정부는 북한과의 대화는 열려 있다는 입장이지만, 성 김 대표의 평양 방문에 대해선 시기상조라며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제1비서가 직접 대미 대결을 강조하고 북-미 대화 성사도 접점을 찾지 못함에 따라 당분간 북-미 간에 난기류가 흐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앞뒤로 북한이 맞대응 차원에서 군사행동 수위를 높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키 리졸브와 독수리훈련이 끝나는 4월까지 한반도에서 군사적 위기가 고조될 것”이라며 “북한은 단·중거리 미사일 등 가용 자원을 동원해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은 대화 문턱에서 주춤거리는 남북관계에도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