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쪽이 17일 열린 인천아시안게임 관련 남북 실무접촉에서 응원단과 선수단을 각각 350명씩 모두 700명을 보내겠다고 남쪽에 제안했다. 북쪽이 지금까지 남쪽에 보낸 선수·응원단을 합친 규모로는 사상 최대다. 그러나 이날 북쪽이 남쪽의 ‘회담 태도’를 문제 삼아 회담 결렬을 선언한 뒤 일방적으로 퇴장해, 앞으로 남북간 접촉이 순조롭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남북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판문점 남쪽 지역인 ‘평화의 집’에 마주앉아 세 차례 전체회의를 열며 관련 사안을 논의했다. 북쪽은 오전 1차 전체회의에서 선수단 350명과 응원단 350명을 인천아시안게임에 보내겠다고 밝혔다. 선수단 350명은 지난달 10일 북쪽이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에 통보한 150명보다 2배 이상 많은 것이다. 응원단 350명과 응원단 및 선수단을 합친 700명은 각각 역대 최대 규모다. 북쪽은 선수단의 경우 서해 직항로를 이용한 항공편, 응원단은 경의선을 이용한 육로편을 제안했다. 또 응원단 숙소로는 여객선인 만경봉92호를 쓰겠다고 밝혔다.
남쪽은 오후에 열린 2차 회의부터 북쪽의 요구 사항에 대한 입장을 내놨다. 선수단과 응원단의 체류 비용 지원 등은 국제관례와 대회 규정에 따를 것이라면서, 선수단과 응원단 구성 요소 등에 대해 질문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선수단 가운데 임원이 몇 명이고 선수가 몇 명인지, 응원단 중에 취주악단은 몇 명인지 등 세세한 사안에 대해 우리가 질문하자 북한은 나중에 서면으로 답변하겠다고 했다”며 “그 뒤에도 관련 질문이 이어지자 북한이 정회를 선언하고, 3차 회의를 시작하면서 곧바로 북한이 회담 결렬을 선언한 뒤 퇴장했다”고 말했다. 결국 북쪽이 남쪽의 ‘회담 태도’를 문제 삼아 다음 접촉 일정도 잡지 못한 채 접촉이 마무리된 것이다.
이날 남북간 접촉 결렬 배경에는 응원단 규모를 둘러싼 남북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엇갈린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북쪽은 최대 규모의 응원단을 보내 남북관계 개선의 계기로 삼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비해 남쪽은 대규모 응원단이 자칫 북쪽에 대한 호의적인 여론을 조성할 수도 있다고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북쪽의 응원단 규모가 예상밖으로 크자, 남쪽 대표단이 일단 회담을 결렬시키기 위해 과도하게 세세한 질문을 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응원단 규모나 이동수단 등에 대해 우리가 어떤 입장을 밝힌 적은 없다”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북 “남한태도 불성실”…아시안게임 실무접촉 결렬
북 “응원단 350명 최대규모로”
다음일정 못잡고 회담 중단
기자최현준
- 수정 2019-10-19 11:23
- 등록 2014-07-17 2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