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입찰 가격이 총사업비를 초과했다는 이유로 차기 전투기 사업 경쟁에서 사실상 탈락한 유로파이터 쪽이 “최종 입찰에서 계약을 위반한 사항이 없다”며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유럽항산)의 유로파이터 제작사인 카시디안의 크리스티앙 셰러 해외사업본부장은 19일 보도자료를 내어 “유로파이터가 최종 입찰에서 제출한 서류나 제안은 한국의 제안요청서 범위 내에서 계약을 위반한 사항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전날 방위사업청이 “(유로파이터 쪽이) 협상 과정에서 합의한 조건을 변경해 최종 입찰 가격을 제시했고, 이 기종은 총사업비를 초과했다”고 한 것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의사표시로 보인다. 또 이날 방사청은 “(유럽항산이) 최종 가격 입찰에서 이미 합의한 복좌기 15대를 6대로 축소했고, 무장 체계 통합을 위한 연구개발비도 제외했다”며 협상에서 합의한 조건을 위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셰러 본부장은 쟁점이 된 복좌기(2명이 타는 전투기)와 관련해 “협상 과정에서 한국 당국이 요구한 복좌기 대수가 과도하다는 입장을 밝혀왔고, 15대 복좌기를 약속한 적도 없다”고 했다. 또 한국이 요구한 ‘무장 체계 통합’과 관련해서도 “유로파이터는 개발이 완료된 전투기로서, 고려해야 할 무기 체계 개발비가 없다. 방사청이 요구한 추가 성능에 따른 비용을 유로파이터에 부담하라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고 반박했다.
셰러 본부장은 “방사청과 재협상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언제라도 건설적인 논의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혀, 앞으로도 이 사업의 기종 경쟁에 계속 참여할 뜻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 유럽항산의 국내 에이전트 회사의 한 관계자도 “복좌기 대수 등에 대해 본사와 협의한 뒤 다시 방사청과 협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방위사업청의 김연환 항공기사업부장은 “방사청은 이 기종이 탈락했다는 표현을 쓴 적이 없다”면서도 “최종 입찰에서 총사업비를 초과한 경우는 차기 전투기로 선정될 수 없다”고 말해 유로파이터가 사업자로 선정될 수 없음을 재확인했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