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군기지가 미국 핵항공모함의 입항을 전제로 설계됐다는 의혹에 이어 미국 핵잠수함 규모에도 맞춰 설계했다는 의혹이 17일 제기됐다. 해군본부의 2009년 보고서를 보면, 해군기지 부두의 수심이 미국 핵잠수함 기준에 맞췄다는 정황이 나타난다.
김광진 민주통합당 의원이 해군본부로부터 넘겨받은 ‘2009년 1월 해군본부 발행 06-520 기본계획 및 조사용역 기본계획 보고서’의 항만시설 소요기준에는 “잠수함부두의 전면수심은 발주처의 요청으로 12m 적용”이라고 명시돼 있다. 해군기지 건설의 핵심은 설계수심으로, 잠수함 부두 12m라는 기준은 미국 핵추진 잠수함(SSN-776급)에 맞춘 것이다. 우리 군의 잠수함을 기준으로만 한다면 9.3m면 충분하다. 결국 한국 해군이 현재 보유하고 있거나 보유계획이 없는 선박을 중심으로 설계되고 있는 셈이다.
김광진 의원은 “국방부는 CNFK(주한미해군사령관)의 요구사항 없다고 하였는데, 이 설계상으로 보면 한국 정부가 요구하지도 않았는데 언제 올지도 모르는 미국 함정을 위해 알아서 자체적으로 크게 지었다는 걸 의미하는 것”이라며 “이렇게 건설되면 민항은 커녕 한국군을 위한 군사기지조차 장담할 수 없다. 만약 미군이 핵항공모함을 이끌고 제주에 온다면 상식적으로 그 항구를 민간인이 ‘관광’목적으로 자유롭게 쓸 수 있다고 어떻게 보장하느냐”고 말했다. 제주해군기지가 미군의 기준에 맞춰 건설되고 있다는 의혹은 처음이 아니다. 2010년 해군본부가 발간한 <시설공사 공사시방서>에 ‘CNFK(주한미해군사령관)의 요구조건 15.2m를 만족하는 수심’이라고 표기된 것을 바탕으로 제주해군기지가 주한미해군의 요구조건에 맞춰 건설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해군 관계자는 “보고서는 용역회사가 제출한 문서를 책자로 만든 것으로 그 안의 발주처는 당연히 해군”이라며 “설계는 미핵잠수함만이 아니라 일정 규모 이상의 잠수함전력이 기항할 수 있도록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어영 기자hah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