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에 관한 이명박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의 지난 25일 통화에 대한 두 나라 브리핑에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청와대는 지난 25일 두 정상의 통화 뒤 브리핑에서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와 안전을 보장하면서 북한에 제대로 된 신호(시그널)를 주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또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이 대통령이 담화를 통해 밝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문제를 포함한 대북 대응책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러시아 대통령실의 브리핑에는 이런 표현은 전혀 없다. 대신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보다 절제된 태도로 더 이상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고 돼 있다. 또한 “두 지도자는 몇 년 전에 러시아도 참여하기로 계획됐던 남북간 무역·경제 사업이 실현되지 못하고 현 상황이 대립의 수준으로까지 악화됐음에 유감을 표했다”고 했다.
양쪽의 브리핑 톤이 상당히 다른 셈이다. 우리는 ‘대북 대응에 러시아도 협조키로 했다’는 식으로 말했지만, 러시아는 ‘한반도 긴장 고조 반대와 남북 양쪽의 절제’를 강조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쪽은 26일 “두 정상간의 대화 내용을 모두 공개할 수는 없으나, 한국은 천안함 당사국의 입장에서, 러시아는 국제 무대에서의 역할을 고려해 각각 브리핑을 한 것”이라며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지 않기를 희망한다’는 러시아 쪽 브리핑과 ‘한반도 평화와 안전을 보장하면서’라는 한국 쪽 브리핑 내용이 상반된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통화가 성사된 과정을 두고도 청와대 브리핑에는 “러시아 쪽에서 먼저 걸어왔다”고 돼 있는 반면, 러시아 대통령실 브리핑에는 “한국 쪽의 제안으로 이뤄졌다”고 표현됐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