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생일(광명성절)을 하루 앞둔 지난달 15일 황해북도 개풍군에서 북한 주민들이 흙을 나르고 있다. 사진은 경기도 파주에서 바라본 모습이다. 연합뉴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생일(광명성절)을 하루 앞둔 지난달 15일 황해북도 개풍군에서 북한 주민들이 흙을 나르고 있다. 사진은 경기도 파주에서 바라본 모습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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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가지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하나는 북한의 식량난이고, 다른 하나는 이에 대한 한국 사회의 시선에 대한 것이다. 좀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한국 사회가 북한 식량난을 바라볼 때 진정으로 안타까워하는지, 그리고 최선을 다해서 손을 내밀고 있는지 따져보고자 한다. 식량 생산량을 둘러싼 수많은 언론 기사와 식량난의 위중함을 언급하는 정부의 발표가 북한 체제의 붕괴를 은연중에 기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질문을 던져보려 한다.

북한의 식량 문제는 오랫동안 북한 체제를 괴롭혀온 난제였으며, 1990년대 중반에는 ‘고난의 행군’이라는 극단의 식량 위기까지 겪은 바 있다. 이 기간에 목숨을 잃은 사람들의 수를 정확하게 산출하기는 어렵지만 적게는 수십만에서 많게는 1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아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식민 시기부터 공업지대가 북쪽에 집중되어 있었던 까닭에 양곡을 생산할 수 있는 농업지대가 부족했던 것과, 정전 체제에서 살아남기 위해 ‘주체’를 내세우며 식량 자급자족을 강조한 것이 최악의 식량 위기의 배경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1980년대 후반부터 상당수 사회주의 국가가 체제 전환에 나서게 되면서 사회주의권과의 교역 의존도가 높았던 북한이 경제적으로 고립된 것이 결정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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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주민들이 경험하는 식량난은 1990년대 초반부터 이미 시작되었다. 상당수 탈북민들은 1993년 전후로 식량 배급이 불규칙해졌고 김일성 주석이 사망한 1994년부터는 평양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배급이 끊겼다고 회고하기도 한다. 순식간에 사람들이 먹을 것이 없어 목숨을 잃었고, 영양실조 상태에서 유행한 수인성 전염병으로도 상당한 희생자가 발생하였다. 여기서 기억해야 할 것은 ‘고난의 행군’은 단순히 사망자 수에 머물지 않고 북한 사회에 엄청난 트라우마로 지속된다는 점이다.

‘북한의 고난’이 시사하는 것

그렇다면 현재 북한의 상황은 어떠한가? 북-미 갈등 심화, 미-중 전략 경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남북관계 악화 등 적어도 대외적인 요인은 90년대 초반에 비견될 정도로 요동치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상당 기간 동안 지속된 시장화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국경 봉쇄와 국제 제재로 인해 상당히 위축되어 원활한 경제 활동이 어려워진 것도 분명해 보인다. 가뭄이나 홍수와 같은 기후변화도 기승을 부려 ‘주체’ 농업을 꾸려내는 것이 더욱 어려워지기도 했다. 물론 북한 체제도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작년부터 북한은 이모작이 가능한 밀과 보리를 주요 작물로 생산하여 부족한 알곡 생산량을 보충하려는 전략을 세우고 있으며, 기후위기에 대응하여 농업지역의 관개용수 공급 체계를 완비하고자 애쓰고 있다. 지난 1일에 끝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7차 전원회의에서 농업에 관련된 의제가 집중적으로 다뤄진 것만 봐도 북한 체제가 식량 증산과 농업 문제에 대해서 얼마나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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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북한 체제가 처한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팬데믹의 여파로 인한 비공식 경제의 위축과 같은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당장 농사를 위한 농기계는 노후하였고 연료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가용 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반복되는 기후재해는 직접적으로 농업 생산량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지난해 북한이 경험한 극심한 가뭄이 올해 식량 위기설의 하나의 증거인 까닭이 여기에 있다. 이렇듯 부족한 정보이지만 조각조각 이어 붙이다 보면 북한의 식량 상황이 상당히 부정적이라는 것엔 별다른 이견을 달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럼에도 대통령실과 주무부처인 통일부가 나서서 ‘아사자 속출’ 혹은 ‘고난의 행군’과 같은 위기 재연 가능성 등을 언급한 데는 정치적 의도가 다분한 것으로 보인다. ‘아사자’ 여부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자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국가정보원은 “아사자 발생”이 “체제를 위협할 정도는 아니고 발생 규모를 정확하게 산정하기는 어렵다”고 보고함으로써 사실상 “아사자 발생”을 기정사실화하기도 했다. 식량 부족 규모나 인민들의 영양실조 상태에 대한 세밀한 분석은 건너뛰고 “아사자 발생”이라는 충격적 상황을 언급함으로써 북한 체제의 불안정성을 더욱 강조하는 언설이다. 이는 “아사자 발생”이 결국 “체제를 위협”할 것이라는 틀에서 한국 정부가 현재 북한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는 점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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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에 대한 무관심이 확산된 상황에서 북한 관련 뉴스의 조회수가 절실한 언론이 정부가 던지는 “아사자”라는 선정적인 키워드를 마다할 이유도 없다. 정부와 언론이 서로 공모하여 서사되는 북한의 어려운 식량 상황은 그곳에서 고통받은 이들의 얼굴이 지워진 채 남한 정부의 정치적 이해득실 프레임에 갇혀 있게 된다. 더욱 문제적인 것은 북한의 식량난이 “체제 붕괴”를 유도할 것이라는 믿음에 윤석열 정부와 보수 세력이 매몰된다면 북한 인민들의 고통이나 죽음은 정치적 목적 아래 쉽사리 무시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1990년대 북한의 고난의 행군 초반에 한국 정부가 대북 식량 지원에 소극적이었던 이유가 바로 북한 체제 붕괴와 그로 인한 통일 가능성을 높게 봤다는 것임을 상기해볼 때 현 정부의 셈법이 무엇일지는 충분히 짐작 가능하다.

실체 없는 북한 체제 붕괴설

안타깝게도 북한 붕괴설은 정권에 상관없이 참으로 끈질기게 계속되어왔다. 주민과 군인 봉기, 약탈과 범죄 만연, 군사 도발, 그리고 대량 아사자 발생까지, 북한 사회의 모든 불행과 고통으로 결국 북한 체제가 붕괴할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상당수는 내심 체제가 붕괴되면 남한 주도의 통일을 이루고 그다음에 북한 인민들의 상처를 어루만질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모든 문제는 ‘북한 체제’에 있으니 그것만 해결되면 분단이건 평화이건 일순간에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허황된 생각이 그 근간이다.

안타까운 것은,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았던 북한 체제는 1990년대 고난의 행군 뒤 30년을 훌쩍 넘긴 현재까지 여전히 유지되고 있으며, 북한 인민들의 삶은 나아지지 않았고, 분단을 극복할 방법은 더욱 요원해졌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제라도 체제붕괴설에서 벗어나 북한의 식량난에 접근해야 한다. 적어도 마치 남의 일인 양 누군가의 애통한 죽음을 들먹거리며 체제 불안정성을 점치는 천박한 사고라도 그만해야 한다.

김성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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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에식스대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성공회대, 싱가포르국립대를 거쳐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북한 사회와 탈분단 문화를 연구하며, <갈라진 마음들> 등 다수 학술 논문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