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여당의 압승으로 끝난 21대 총선 결과에 관해 “기쁨에 앞서 막중한 책임을 온몸으로 느낀다”고 말했다. 청와대 안에서는 “무거운 책임감과 무서움을 동시에 느낀다”는 반응이 나왔다.

문 대통령은 이날 강민석 대변인을 통해 발표한 입장문에서 “국민께서 선거를 통해 보여주신 것은 간절함이었다. 그 간절함이 국난 극복을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는 정부에게 힘을 실어주셨다”며 “정부는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겠다”고 말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까지 합해 180석을 차지했다. 그는 “결코 자만하지 않고 더 겸허하게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며 “(코로나19 여파 탓에) 겪어보지 못한 국가적 위기에 맞서야 하지만 국민을 믿고 담대하게 나아가 반드시 이겨내겠다. 정부의 위기 극복에 힘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큰 목소리에 가려져 있었던 진정한 민심을 보여주셨다”고도 말했다. 보수 쪽이 제기한 방역 실패론과 일부 야당 후보의 망언 사태를 에둘러 지적한 것 같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국난 극복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뜻이 입장문에 담겨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사태 속에도 총선을 무사히 치러낸 국민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그는 “이번 총선은 다시 한번 세계를 경탄시켰다”며 “국민들의 적극적인 협력과 참여 덕분에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 속에서도 우리는 주요국 가운데 유일하게 전국 선거를 치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프랑스와 영국 등 세계 40여개 국가는 코로나19의 영향 탓에 선거를 연기했다. 그는 “국민들께서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방역 수칙을 준수하면서 질서 있게 선거와 투표에 참여했고, 자가격리자까지 포함해 기적 같은 투표율을 기록해주셨다”고 말했다.

광고

청와대는 매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선거에서 이기고 지고, 축하받고 말고 할 일이 아니다”라며 “국민이 코로나19 탓에 곧 닥쳐올 고용 쓰나미에 제대로 대응하라고 무한한 책임을 지워준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뚜벅뚜벅 방역과 경제 살리기를 해갈 뿐, 다른 것을 할 여력도 생각도 없다”며 말을 아꼈다.

다른 한편에서는 정부가 비켜설 데 없는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도 있다. 한 관계자는 “국민들은 이제 청와대에 끝까지 책임지라고 한 것 같다. 코로나19 방역 마무리를 잘하고, 경제 회복도 다 책임지고 하라는 것이다”라며 “국회와 청와대의 권력 불일치라는 걸림돌도 치워줄 테니 효율적으로 속도감 있게 하고 책임을 지라고 한 셈이다”라고 말했다.

광고
광고

청와대 안에서는 기대 이상의 대승에 ‘무섭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한 관계자는 “과반가량을 했다면 들떴을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전혀 그렇지 않고 외려 차분하고 무거운 분위기였다”며 “승패를 따지는 게 무의미할 정도로 국민이 매서움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