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25일 독립유공자 후손 65여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다과를 함께 나눴다.
김 여사는 청와대 본관 세종실에서 진행한 행사에서 “사랑하는 가족의 안위보다 조국의 독립을 얻는 쪽을 택했던 이들과 위험 속으로 가족의 등을 떠밀어야 했던 이들의 고통을 생각하고 한 줄기 빛도 보이지 않는 암흑기에 결연하게 일어서고, 거침없이 나아간 사람들의 이름을 떠올린다”며 “그리고 또한 이름조차 남기지 못한 채 삼천리 방방곡곡에서 꽃잎처럼 떨어져 간 수많은 희생을 생각한다. 최후의 일인까지 최후의 일각까지 희망을 놓지 않았던 선조들이 있었기에 오늘 우리가 이곳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로지 조국의 독립을 열망하며 여러분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올곧게 나아갔던 발자취를 이어 이제 여러분들이 빛나는 미래를 이끌 차례”라고 말했다. 청와대 쪽은 “국무회의를 하는 세종실을 외부행사에 개방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광복군 서안 전방 사령부 참모를 지낸 독립운동가 신송식 선생과 광복군 제3지대 여군 간부를 지낸 오희영 선생의 후손인 신세현씨는 “독립유공자의 후손으로서 국가와 사회를 위해 봉사할 길을 찾다가 광복군이셨던 할아버지, 할머니의 길을 좇아 대한민국의 군인으로 살아가기로 결정하여 학생군사교육단(ROTC)에 지원했다”며 “내년이면 초급지휘관이 되어 군인으로 살아갈 길을 생각하며 광복군 사령부 참령 참모로, 여성 광복군으로 대한독립을 위해 싸우셨던 할아버지·할머니의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후손이 되고자 다짐한다”고 말했다.
독립운동가 이영길 선생의 손자 이규씨는 “올해는 3·1 운동 100주년이 되는 해다. 할아버지와 선조들께서 나라를 되찾기 위해 독립운동을 하시며 자신을 희생하셨던 정신을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독립유공자의 후손으로서 정체성을 잊지 않고, 사회에 기여하는 인재가 돼 성취들을 사회에 다시 환원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독립운동가 한항길 선생의 후손으로 초등학교 교사인 최유정씨는 “우리 어린이들이 우리의 역사를 바로 볼 줄 알고, 주변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는 가슴 따뜻한 사람으로 자라서 선조들이 지켜낸 이 나라를 잘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도움이 되는 교사가 되겠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에서 고려독립청년당을 결성하고 투쟁한 애국지사 이상문 선생의 후손 이재우씨는 “젊은 열망, 젊은 용기는 나라를 바꾸고 역사를 바꾼다는 할아버지의 말씀을 되새기며 살고 있다”고 말했다. 광복군 정회일 선생의 후손 김현수씨는 “지금은 할아버지 덕분에 이 자리에 앉아 있지만, 나중에는 제 힘으로 여기 앉을 수 있는 후손이 되겠다”고 말했다. 독립운동가 김위도 선생의 후손 김정협씨는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함께한 이 자리를 통해 다른 후손들이 살아온 치열한 삶을 들으며 후손으로서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새로운 자극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김 여사는 마무리 발언에서 “역사는 과거를 딛고 미래를 향해 간다. 3·1 운동 100주년을 맞아 후손 여러분들이 자긍심과 희망을 갖고 선조들의 발자취를 이어 미래의 역사를 만들어 달라”고 말했다고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이 전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