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20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국방부가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민정수석실에 제출한 ‘전시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 문서에 딸린 대비계획 세부자료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20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국방부가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민정수석실에 제출한 ‘전시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 문서에 딸린 대비계획 세부자료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지난해 3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기각을 전제로 구체적인 계엄령 실행방안이 담긴 국군기무사령부의 추가 문서가 공개됐다. 소요사태를 대비해 단지 ‘검토’만 했다는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 등의 해명과는 달리, 서울 광화문·여의도에 장갑차(탱크)를 배치하는 것을 비롯해 국회·언론 통제 방안 등 매우 구체적인 실행안이 담겨 있어 파문이 예상된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0일 브리핑을 열어, 기무사가 작성한 <전시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의 ‘대비계획 세부자료’ 주요 내용을 공개했다. 표지에 ‘군사2급비밀’ 도장이 찍혀 있는 ‘대비계획 세부자료’는 67쪽짜리 문건으로 △단계별 대응계획 △위수령 △계엄선포 △계엄시행 등 네가지 큰 제목 아래 21개 세부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 5일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계엄령 검토 문건의 실행계획 성격이다.

김 대변인은 구체적인 내용과 관련해 “계엄을 성공시키기 위해선 보안 유지하에 신속한 계엄선포와 계엄군의 주요 (길)목 장악 등 선제적 조치 여부가 계엄 성공의 관건이라고 적시돼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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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변인은 “(이 문건에는) 비상계엄 선포문과 계엄 포고문이 이미 작성돼 있었고 통상의 계엄 매뉴얼과 달리 합참의장을 배제하고 육군참모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추천하는 판단 요소와 검토 결과가 포함돼 있다”고 했다. 미리 작성된 비상계엄 선포문·포고문은 2017년 3월 발표를 위한 것으로, 앞서 계엄이 선포됐던 1979년 10·26 사태와 1980년 5월 당시의 담화문도 함께 첨부되어 있었다고 김 대변인은 밝혔다.

그는 “통상적인 계엄령이 어떤 절차를 거쳐 발동되는지 매뉴얼을 담은 합동참모본부의 계엄실무편람과는 내용이 판이하게 다르다”고도 했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한 군의 ‘통상적’ 매뉴얼이 아니라 실행을 전제로 한 계획안이라는 혐의가 짙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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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비계획’에는 국가정보원 통제 계획과 언론·출판·공연 등에 대한 사전검열 계획도 함께 명시돼 있다고 김 대변인은 밝혔다. 대통령이 국정원장에게 계엄사령관의 지휘·통제에 따르도록 하고, 국내 정보를 담당하는 국정원 2차장이 계엄사령관을 보좌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것이다.

언론통제 방안은 매우 구체적이었다. 계엄선포와 동시에 ‘언론·출판·공연·전시물에 대한 사전검열 공고문’과 ‘각 언론사별 계엄사 요원 파견계획’이 마련돼 있었다고 한다. ‘계엄사 보도검열단 9개반’을 편성해 신문 가판, 방송·통신 원고, 간행물 견본, 영상제작품 원본을 제출받아 검열할 계획이었다고 김 대변인은 밝혔다. 그는 “<한국방송>(KBS), <시비에스>(CBS), <와이티엔>(YTN) 등 22개 방송과 조선일보·매일경제 등 26개 언론, 연합뉴스 등 8개 통신사와 인터넷신문사에 통제요원을 편성해 보도 통제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인터넷 포털 및 소셜미디어 차단, 유언비어 유포 통제 등 방안도 담겨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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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계엄령이 국회 표결로 해제되지 않도록 ‘국회의원 잡아들이기’ 방안까지 고안했다. 헌법 77조는 국회의원 재적 과반이 찬성할 경우 계엄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여소야대인 국회 상황을 우려해, 계엄해제를 위한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하도록 야당 의원 ‘검거작전’까지 고려한 것이다. ‘대비계획’은 계엄사령부가 집회·시위금지 및 반정부 정치활동 금지 포고령을 선포하고, 위반시 구속수사 등 엄정처리 방침 경고문을 발표한 뒤, “불법시위 참석 및 반정부 정치활동 의원 집중검거 후 사법처리”해 계엄 해제를 위한 국회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하도록 한다는 ‘전략’을 담았다. 또 당정협의를 통해 여당(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계엄 해제’ 국회 의결에 참여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었다.

중요시설 494개소와 촛불집회가 집중됐던 서울 광화문과 여의도에는 장갑차·전차 등을 이용해 ‘계엄임무 수행군’을 야간에 신속 투입하도록 했다. 촛불집회 무력진압은 물론 시위 원천봉쇄를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또 정부 부처 조정·통제는 물론, ‘외교활동 강화 항목’에는 우리나라 각국 대사관에 파견되어 있는 각국의 무관단과 외신기자를 대상으로 계엄령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의 방안도 담겨 있다고 김 대변인은 밝혔다.

이 문건은 전날(19일) 국방부를 통해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민정수석실에 제출됐으며, 문재인 대통령이 보고받은 뒤 발표를 지시했다고 김 대변인은 전했다. 그는 “이 문건의 위법성과 시행계획 여부, 배포 단위 등에 대해 국방부 특별수사단이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해주길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보협 이경미 기자 bh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