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31일 “기업이 위축되도록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여야 정치권이 앞다퉈 재벌 개혁 정책을 내놓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재벌 편에 선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성장이 줄면 고용이 걱정되는데, 기업들을 너무 위축시키면 투자와 고용을 줄일 수 있다”며 “요즘 모든 정치 환경이 기업들을 위축되도록 만들고 있는데 결코 국민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전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정치적 이해가 어떻게 되는 건지 모르지만, 기업들이 위축되지 않도록 관심을 갖고 해줬으면 좋겠다”고 장관들에게 지시했다. 이날 발언은 국무회의 의제와 무관하게 나온 것이어서, 작심하고 말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해 여야 정치권이 재벌의 탐욕을 억제학기 위한 정책 마련에 부심하는 것과 대비된다. 또 이 대통령이 지난 25일 재벌들의 마구잡이식 사업 확장을 ‘비윤리적’이라고 비판했던 것과도 상충되는 측면이 있다. 이 대통령은 당시 “대기업들이 소상공인들의 생업과 관련한 업종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는 것은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고, 이후 삼성그룹 등은 실제 빵 사업에서 철수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 대통령의 메시지가 ‘오락가락한다’는 지적과 함께, ‘친기업’이라는 정권의 정체성을 되찾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박정하 대변인은 ‘메시지에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 “대기업의 사업 확장과 관련해선 개척정신 없이 소상공인 영역에 침범하는 측면을 지적한 것”이라며 “기업도 고쳐야 할 건 고쳐야 하지만, 너무 몰아 위축시켜선 안 된다”고 말했다.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