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야코의 한-일 정상 만남에서 오간 얘기를 두고, 청와대와 일본 언론 사이에 ‘진실게임’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청와대 쪽의 강력한 부인에도, 후쿠다 야스오 총리가 지난 9일 도야코 주요 8개국(G8) 정상회담 확대회의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에게 독도 영유권 주장 기술 방침을 통보했다는 일본 언론들의 보도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요미우리신문>은 15일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후쿠다 총리가 “다케시마를 기술하지 않을 수 없다”고 통보하자, 이 대통령이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줬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청와대는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 앞서 지난 13일 <교도통신>도 후쿠다 총리가 독도 영유권 기술을 사전 통보했다고 보도했으나, 청와대 쪽은 즉각 부인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요미우리 보도를 부인하면서 “일본 도야코의 ‘주요 8개국’ 정상 환담에서 이 대통령은 ‘미래지향적인 한-일간 신시대를 열어가자는 이때, 그런 사태(독도 영유권 명기)가 벌어져서는 안 된다.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결론적으로 한국 내부를 분열시키고 독도 문제의 본질을 왜곡하려는 일본측 언론플레이의 결과라면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대변인은 요미우리 보도를 부인하는 과정에서 ‘후쿠다 총리가 독도 영유권 기술과 관련해 이해를 구하는 차원의 얘기도 없었나’라는 기자의 질문에, “그런 정도 얘긴 했을 것이다. 일본 쪽의 입장이 이렇다는 것을 알리지 않았겠나”라고 말했다. 보도는 부인했지만, ‘후쿠다 총리가 이 대통령에게 독도 영유권 기술을 사전 통보했다’는 교도통신 보도는 시인하는 것처럼 해석될 소지가 있는 발언이었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 13일 교도통신 보도에 대해 “후쿠다 총리가 그런 방침을 통보하지 않았고, 그럴 상황도 아니었다”고 말한 바 있다.
야당들은 “요미우리 보도가 사실이라면, 이명박 대통령은 법률적으로는 탄핵감”(최재성 민주당 대변인)이라며 정치쟁점화를 꾀했고, 한나라당은 “우리 정부보다 일본 언론을 더 믿는 무책임한 정치공세”(김정권 한나라당 원내대변인)라고 맞받는 공방전이 벌어졌다. 이에 이 대변인은 이날 오후 “후쿠다 총리가 ‘일본 국내 사정도 어렵지만, 이 대통령의 말씀도 잘 알겠다’는 취지의 사정 설명이었다. ‘통보가 없었다’는 말을 번복한 게 아니다”라고 재차 해명했다.
권철현 주일 대사도 이날 야부나카 미토지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과의 면담에서 요미우리 보도 내용에 대해 “사실과 전혀 다르고 상황을 곡해할 수 있기 때문에 일본 정부가 즉각 시정조처를 취해줄 것을 강력 요청했다”고 주일 한국대사관이 밝혔다. 야부나카 차관은 지난 14일 기자회견에서 교도통신 보도에 대해 “도야코 한-일 정상간 환담 당시 일본 정부의 방침이 정해진 바 없었으며, 동 보도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했다고 한국 대사관 쪽은 전했다.
정부는 일본 언론의 이런 보도에 대해 외교경로를 통해 유감의 뜻을 전하고, 해당 언론사에 정정보도 등을 요청할 방침이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일본 정부의 이번 조처에 “미래를 지향하며 일본에 프렌들리하게 했는데 일본은 아무런 고민의 흔적 없이 일언지하에 무시하는 바람에 깊은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고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15일 전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권태호 기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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