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대상 너무 넓다? “비자금·로비·불법승계 서로 연결돼”수사기간 200일 길다? 옷로비 특검 “최소 6개월 수사해야”

유독 삼성 비자금 의혹 사건에 대해 말을 아끼던 청와대가, 통합신당 등 3당이 합의한 특별검사법안에 대해서는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나서 ‘삼성 감싸기’ 논란이 일고 있다. 의사협회의 정치권 로비 의혹과 연세대 편입학 비리 등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에 대해 “원칙대로 철저하게 수사하라”며 즉각적으로 반응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태도 때문이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15일 통합신당 등이 발의한 특검법안에 대해 전날에 이어 “같은 사안을 여러 곳에서 수사하는 것은 사회적 낭비이고, 특검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수사가 특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천 대변인은 “이는 ‘삼성 감싸기’와는 무관하다”며 “법치에 관한 문제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청와대가 연일 특검법안을 문제 삼자, 김효석 통합신당 원내대표는 “국회 논의 과정에서 수사 대상과 기간에 대해 다시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수사 대상이 넓다’는 청와대의 지적에 대해 한상희 건국대 교수(법학과)는 “삼성의 비자금 조성과 로비, 경영권 불법승계는 서로 연결돼 있다”며 “하나를 수사하면 나머지도 수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대법원에 계류 중인 에버랜드 사건까지 특검이 수사하는 것은 법치주의에 어긋난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한택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총장은 “에버랜드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눈치를 보며 수사조차 안 한 피의자들에 대해서 특검은 얼마든지 수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사무총장은 또 “이 사건과 관련해 증언이 조작됐다는 의혹이 있는 만큼 위증 부분은 특검 수사 대상에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광고

200일의 수사기한도 이번 특검의 성격상 길지 않다는 반론이 나온다. 비자금 수사만 하더라도 계좌추적 등을 제대로 하려면 최소한 몇달이 걸린다는 것이다. 2001년 이용호 게이트 사건 특검보를 지낸 김원중 변호사는 “그때도 지금과 같이 검찰이 특검에 앞서 특별수사본부를 꾸려 1차 수사를 했다”며 “그 수사 결과를 넘겨 받았지만 특검은 105일의 수사기한을 꽉 채워야 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검찰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특검을 시작한다면 200일은 그리 긴 시간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1999년 옷로비 특검을 맡았던 최병모 변호사도 “이번 특검이 성과를 내려면 적어도 6개월의 수사 기간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고제규 신승근 기자 unju@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