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짐이 심상찮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최저치를 경신한 데 이어 집권여당 지지율이 급락했다. 꾸준히 우위를 지켜온 차기 대선 구도마저 여당의 열세로 돌아섰다. 2019년 ‘조국 사태’ 이후 코로나 정국과 부동산 파동을 거치면서 국정 지지도와 여당 지지율이 등락을 거듭했던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여론 악화가 여당의 정국 주도권은 물론, 차기 권력의 향배에까지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공개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여권의 위기 상황이 한눈에 들어온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다. 리얼미터가 <와이티엔>(YTN) 의뢰로 지난 15~19일 전국 유권자 2510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지난주보다 3.6%포인트 하락한 34.1%로 나타났다. 부정평가는 4.8%포인트 상승한 62.2%였다. 긍정평가는 집권 이후 최저, 부정평가는 최고치다.

문재인정부 처음 맞는 ‘복합위기’…당·청 대응능력 경고등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지지층인 40대 연령층의 변화가 주목할 만하다. 이 연령대에서 국정수행 부정평가는 51.8%였고 긍정평가는 46.9%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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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핵심 지표인 집권여당 지지율 역시 불안한 상황이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전주보다 2.0%포인트 하락한 28.1%로 문재인 정부 출범 뒤 가장 낮았다. 국민의힘이 3.1%포인트 상승해 35.5%를 기록하면서 두 정당의 지지율 격차는 7.4%포인트로 오차범위(신뢰 수준 95%에 오차범위 ±2.0%포인트)를 벗어났다.

여권을 더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차기 대선 지형까지 흔들고 있다는 점이다. 여러 차례의 위기 속에서도 여당과 지지층이 크게 동요하지 않았던 건 차기 경쟁에서 민주당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양강 구도를 유지해온 공이 컸다. 하지만 최근 들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지지율이 상승하면서 불안감이 커졌다. 이날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티비에스>(TBS) 의뢰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윤 전 총장의 선호도는 39.1%로 2·3위 주자인 이재명 지사(21.7%)와 이낙연 전 대표(11.9%)의 지지율 합마저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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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조국 사태’와 ‘코로나 1차 확산’, ‘추-윤 갈등’, ‘부동산 폭등’ 국면을 거치면서 지지율이 여러 차례 등락을 거듭했지만, 당청에 이어 차기 권력 지형까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기는 처음이다.

먼저 집권세력의 위기 대응 능력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진단이 나온다.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이 ‘다주택 처분’ 논란 등을 빚다 물러난 뒤 유영민 실장이 민생·실용 기조를 앞세우며 구원투수로 등판했지만 ‘정무 기능’이 약화됐다는 지적이 많다. 국무총리 출신 당대표로 당정에 두루 통제력을 보였던 이낙연 전 대표도 대선 출마를 위해 자리를 내려놓은 상황이다. 차기 대선의 전초전으로 여겨지는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여권을 이끌어갈 당청의 리더십에 모두 변동이 생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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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여당 강경파가 주도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청와대와 불협화음을 내고, 엘에이치 사태에 대한 특검 도입 여부를 두고 청와대와 민주당이 다른 목소리를 낸 것도 이런 리더십 공백의 결과로 꼽힌다.

여권 대선 주자들 ‘각자도생’의 시기로

여기에 차기 대선이 1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당내 주자들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민주당 지도부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있고,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국무총리도 차기 주자로서 민심의 향배를 살필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각자의 처지가 다르다 보니, 사안에 대한 대처와 해법에도 힘이 실리기 어려운 구도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차기 대선 구도가 점차 또렷해지면서 여권 내에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인사들이 대권 주자로서 이해관계를 살피기 시작한 분위기”라며 “단지 당과 청와대의 지지율 역전이 아니라, ‘원팀’으로 움직여야 할 집권세력이 각자도생을 바라본다는 데서 권력 누수가 시작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을 위해 마스크를 벗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을 위해 마스크를 벗고 있다. 연합뉴스

‘촛불 저항’을 배경으로 등장한 문재인 정부가 집권 후 처음으로 맞은 ‘복합 위기’라는 진단도 눈여겨볼 만하다. 정치권 안팎에는 그동안 나타난 위기 요인들이 누적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시각이 많다. ‘조국 사태’를 계기로 직면한 도덕성 위기, 검찰과의 갈등으로 인한 피로감, 신현수 전 민정수석 사의 파동에서 드러난 국정 난맥상,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깊은 불신, 엘에이치 사태가 불 지핀 공정성 위기가 겹치면서 통치 능력 전반에 대한 신뢰가 급락했다는 얘기다.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정치학)는 “2016년 촛불이 타올랐던 가장 큰 원인은 권력층의 절차 위반과 습관화된 불공정에 대한 반발이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들어 반복된 ‘내로남불’은 그런 촛불 정신을 계속해서 배반해온 것”이라며 “다수의 중도층과 진보세력까지도 문재인 정부에 등을 돌리게 된 상황이라는 점에서 문재인 정부는 어쩌면 최대의 위기를 맞이했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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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여론조사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면서도 내부적으로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보궐선거를 앞두고 심판론이 확산되는 걸 피부로 느낀다. 분위기를 반전시키려 해도 부동산 민심이 악화되면서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더 나은 사회, 더 공정하고 투명한 사회로 가기 위해 건너야 할 강이고,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라는 각오로 (엘에이치 사태에)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노현웅 이완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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