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운데)가 24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곽상도(왼쪽)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운데)가 24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곽상도(왼쪽)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3일 ‘9월 평양공동선언’(평양선언)과 ‘판문점선언 군사 분야 이행합의서’(군사합의서)를 비준한 것을 놓고 자유한국당이 ‘국회의 동의 없는 비준은 위헌’이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고, 법원에는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겠다는 것이다. 이에 청와대는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자체가 위헌”이라고 맞서면서 ‘평양선언’과 ‘군사합의서’ 비준이 정치적 후폭풍에 휩싸였다.

헌법 60조 1항은 “국회는 상호원조 또는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또는 입법 사항에 관한 조약의 체결·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해상완충구역 설정, 공중정찰 활동 중단 등의 내용을 담은 군사합의서는 ‘안전보장에 대한 조약’에 해당하므로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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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가의 외교 안보적 중대 사안에 대한 비준동의 여부는 국회 논의를 통해 신중하게 판단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또 평양선언과 군사합의서의 ‘선행 선언’ 격인 4·27 판문점선언에 대한 국회의 비준동의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후속 합의를 먼저 비준하는 것은 “법리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김 원내대표는 “모법이 만들어지기 전에 시행령을 먼저 만드는 것이고, 애 낳기 전에 출생신고를 하는 격”이라고 했고, “합의서가 담고 있는 내용이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유발할 뿐 아니라, 국가 안위에 중요한 사항을 포함하고 있다는 걸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도 문 대통령이 평양선언·군사합의서를 판문점선언에 앞서 비준한 것에 대해 “원칙 없는 정부”, “대한민국 정부의 신뢰도를 스스로 낮추는 것” 등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자유한국당의 권한쟁의심판 청구 동참 여부에 대해선 “아직 (한국당으로부터) 제의를 받지 못했다”면서도 “남북 간 선언은 정치선언이고 남북 정상이 의지를 갖고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권한쟁의심판은 국가기관 또는 지방자치단체 사이에 벌어진 권한 다툼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심판하는 제도인데, 청구의 주체가 ‘국회’가 되어야 하는 만큼 여야의 합의가 필수적이어서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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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야당의 ‘위헌 주장’에 대해 청와대는 “근본적인 법리 오해”라고 반박했다. “북한은 우리 법률 체계에서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북한과 맺은 합의나 약속은 조약이 아니다. 헌법이 적용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김의겸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헌법 60조에서 언급한 조약은 국가 간의 문서에 의한 합의를 말하는 것”이라며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하는 ‘조약’의 범위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남북 관계는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3조 1항의 규정에 따라 ‘국가 간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로 정의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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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전에 체결된 남북 합의서에 대해서도 우리 헌재와 대법원은 명백하게 헌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밝히고 있어, 이번 남북 군사합의서 비준에 관해 위헌이라고 하는 것은 헌재 결정과 대법원 판례에 명백히 위반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더 근본적으로는 이를 위헌이라고 한다면 북한을 엄연한 국가로 인정하는 것으로 헌법 3조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조항을 위반한 것”이라며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자체가 외려 위헌적인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청와대의 설명을 놓고도 논란이 이어질 조짐이다. 이양수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북한과 유엔 동시가입을 할 때도 가입 대상국이 되느냐 마느냐의 논란이 있었다. 북한이 헌법에서 인정하는 국가가 아니더라도 국가 간 협상에 준하는 합의이므로 국회 동의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정훈 성연철 이경미 기자 ljh924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