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2선 후퇴, 거국중립내각 구성, 책임총리제 등 새로운 리더십을 세우기 위한 여러 방안을 놓고 입씨름을 벌여온 야권은 2일 일방적으로 개각을 단행한 박 대통령식 ‘정면돌파’에 분노를 터뜨렸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직불금, 행복한 미래를 위한 변화’ 토론회 축사에서 김병준 총리 후보자 지명에 대해 “마치 ‘엿 먹으라’ 하는 방식으로, 불통의 방식으로 총리 인선을 대통령이 발표했다”며 거센 비판을 내놨다. 추 대표는 “자신이 지탄한 전 정부의 인사를 앉혀서 야당을 공격해 국면을 전환하겠다는 것이 박근혜식 정치란 말이냐”고 반문한 뒤 “이것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본질을 가리기 위한 인사다”라고 말했다. 추 대표는 “반성하랬더니 오히려 국민을 향해 반격하는 대통령”이라고 덧붙였다. 추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역 인근에서 시민들에게 국정농단 사태를 규탄하는 홍보물을 나눠주는 등 국회 밖으로 보폭을 넓혔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열린 의원총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 민심을 거스르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정국 돌파를 결심한 것”이라면서 “방식이 매우 졸렬했다”고 비판했다. 우 원내대표는 “이렇게 상황을 안이하게 바라보고 자신의 국정 주도권만 고민하는 독선적 대통령에게 절망을 느낀다”면서 “앞으로 대통령은 더 큰 시련을 맞닥뜨릴 것이라는 점을 경고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에선 “특검 협상, 거국중립내각 제안 등에 며칠을 보내는 동안 청와대에 허를 찔렸다”며 당 지도부의 미온적 대응에 대한 불만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당도 크게 반발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내장 같은 최순실이 구속되고 안종범 전 수석이 이실직고하는 것을 굉장히 두려워하는 대통령이 야당과 언론, 국민이 그렇게 요구했던 거국내각이나 책임총리 또는 야당과 소통을 해서 결정을 해야 한다는 걸 외면한 채 갑자기 개각을 단행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6·29 선언을 내놓아도 부족한 상황인데 대통령은 4·13 호헌 조치를 내놓았다”며 “야당이 책임 있게 수습하는 노력을 더 강화해 이른 시일 내 당리당략을 넘어선 단일 수습 방안을 도출해낼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야권은 청와대의 불통에 맞서 즉시 단일대오를 꾸렸다. 우상호(민주당)·박지원(국민의당)·노회찬(정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긴급회동을 갖고 박 대통령에게 개각 철회를 요구하는 한편, 인사청문회 등 모든 절차를 거부하기로 합의했다. 이들은 청와대로부터 총리 인사청문요청서가 오더라도 청문특위를 구성하지 않기로 했다. 혹 인사청문회가 열린다고 하더라도,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준 통과 요건은 ‘본회의 재적 의원의 과반 출석과 출석 의원의 과반 찬성’이기 때문에 여소야대 국회에서 야3당이 똘똘 뭉쳐 반대한다면 새 총리 인준안은 국회를 통과하기 어렵다. 야당은 또한 청와대가 ‘김병준 총리 내정자가 임종룡 경제부총리, 박승주 국민안전처 장관 임명을 제청했다’고 발표한 것도 문제삼았다. 이용호 국민의당 원내대변인은 “현재 총리는 황교안 총리이기 때문에 총리 내정자가 제청권을 행사하는 것은 위법”이라며 “현재 청와대 인사시스템의 수준이 그런 정도라는 걸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짚었다.
송경화 엄지원 기자 freehw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