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동반책임을 지고 사퇴하라는 중진 의원들의 요구에 “수습하게 힘을 보태달라”며 거부 뜻을 밝혔다.
2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중진의원 간담회에서는 이 대표 거취를 두고 격론이 오갔다. 참석자 12명 가운데 김재경·정병국·주호영 의원 등은 현 지도부로는 야당과 협상이 불가능하므로 이 대표가 물러나는 게 해결을 위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재경 의원은 “현 지도부가 야당하고 협상에 나선다면 과연 얼마만큼 진정성이 전달될 것인가. 나중에는 국민 눈높이에서도 우리 당을 해체하라는 말이 나올 텐데 그렇게 안 하려면 그에 걸맞는 재창당 수준의 혁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호영 의원도 “이정현 대표는 지금까지 박근혜 대통령과의 친분으로 덕을 많이 봐왔다. 어려우면 손해도 같이 져야 할 정치적 운명이다. 최근 수습과정에서 이 대표가 신중하진 못한 언행을 했다. 이 대표도 대통령 보좌를 잘못한 책임의 한 축이라는 것을 부정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신상진 의원은 “최순실도 드나드는 청와대인데 이정현 대표가 오늘내일이라도 가서 대통령에게 ‘나도 검찰 조사 받겠다’는 발언을 받아내라. 그렇지 않으면 사퇴하겠다고 배수진을 치고 와야 한다”고 말했다.
정우택·홍문종·이군현 의원은 당장 사퇴보다는 어느 단계까지 해결하고 나면 거취를 결정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해 당원들이 마음을 다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정갑윤 의원은 “당에 불이 났는데 불 끄려는 사람과 부채질하는 사람이 있다. 지도부 규탄하고 초·재선들 연판장 돌리게 하면 누가 앞으로 지도부를 하겠나”라며 지도부 사퇴를 요구하는 의원들을 비판했다. 이정현 대표는 “저는 국민과 당원들로부터 선장으로서 권한을 위임받았다. 제주도까지 잘 가면 좋은데 이런 일이 생겨 저도 당혹스럽고 당황스럽고 불안하고 겁난다. 잠 오는 약을 평소보다 세 배로 먹어도 잠이 안 온다. 이런 위기 극복을 위해 중진 의원들이 지혜와 능력을 나눠달라. 선출된 당 대표로서 위기 수습한 뒤 다시 이런 주문을 한다면 그때 상황을 보고 판단하겠다”라며 사퇴 거부 뜻을 분명히 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