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경이 어떻게 하는지 잘 살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앞날을 볼 수 있을 테니….”
검찰 사정에 밝은 한 정치권 인사가 1일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의 종착지를 전망하며 던진 말이다. 수족을 다 내치고 비서실장마저 구하지 못한 처지에서, 박 대통령이 서둘러 그를 민정수석으로 데려온 의도에 주목해야 한다는 뜻이다.
박 대통령이 그를 선택한 이유는 분명해 보인다. ‘방패’가 되어달라는 것이다. 정권 붕괴의 위기에서 권력의 향배에 동물적인 촉수를 가진 검찰을 통제하려면, 그를 넘어서는 적임자를 찾기 쉽지 않다. 검찰 선·후배들의 신망도 두텁고, 수많은 특별수사 경험을 통해 정치적으로 예민하고 복잡한 사안을 돌파해낼 머리와 배짱도 갖췄다. 이번 수사에 조직의 명운이 걸린 검찰의 칼끝은 최종적으로 박 대통령을 향할 수밖에 없고, 박 대통령은 이를 대비해 최고의 ‘전관변호사’를 선임한 셈이다. 야권이 최 수석 임명을 두고 ‘또 다른 정치검사’를 임명했다고 비난하는 것도 박 대통령의 이런 의도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의원총회에서 최 수석을 겨냥해 “이명박 정권에서 우병우 행세를 했었다. (박 대통령) 정권이 새로운 부역자를 임명했다”고 날을 세웠다. 정치권 안팎에선 최근 청와대의 사태 수습 과정에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깊숙하게 개입하고 있으며, 최 수석 임명도 그와 친분이 두터운 김 전 실장의 의중이 반영됐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검찰 일부에선 최 수석이 ‘방패’로만 머물지 않고 썩은 곳을 도려내는 ‘메스’ 역할을 자처할 거라는 기대도 존재한다. 한 검찰 간부는 “박 대통령이 우 수석을 썼듯이 검찰 장악용으로만 최 수석을 쓰려는 것이라면 (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공직자로서 명예를 중요시하는 만큼, 제대로 된 시스템을 갖춰놓으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검찰조직과 부패수사를 중시했던 그가 전임자처럼 수사 간섭이나 방해로 검찰을 망가뜨리지는 않을 거란 기대감이다. 최 수석도 이날 <한겨레>와 통화에서 “원칙대로 일하겠다. 대통령에게 가감 없이 민심을 전달하고 있다”면서 “진행 중인 수사 관여는 불가능하다. 대통령도 ‘검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다만 보수적 성향에 안정을 중시하는 그가 과연 지금의 민심이 기대하는 수준의 ‘쓴소리’를 대통령에게 건의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그동안 조직에 충성해왔던 그가 결국 대통령을 보좌하는 참모 자리를 받아들였다는 것 자체가 이미 한계를 보여준 것이고, 주어진 ‘방패’ 역할 이상은 할 수 없을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관련영상] ‘최순실 쓰나미’, #박근혜 수사는? /더정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