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이번 국정감사에서 미르·케이(K)스포츠재단 의혹을 ‘밀봉’하는 데 가장 쏠쏠하게 활용하는 수단이 있다. 지난 2012년 국회법 개정 때 도입된 ‘안건조정제도’다. 국회의 합의 정신을 존중해 다수당의 날치기 횡포를 막자는 취지로 도입된 제도이지만, 여당은 야당이 요구하는 증인 채택을 봉쇄하며 국감을 무력화시키는 수단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오영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일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문위) 국감 시작 직후 “문화체육관광부 종합국감이 사흘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일반)증인 채택을 단 한 명도 하지 못했다”며 “(이는) 20대 국회 교문위의 수치이자 오점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야당 교문위원들은 미르·케이(K)스포츠재단 특혜 설립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최순실씨와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차은택 전 문화창조융합본부장,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 등 20명을 증인으로 신청했지만, 여당은 이를 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하며 국감 증인 채택을 사실상 무산시켰다. 유성엽 교문위원장은 “비록 안건조정위에 회부돼 있지만 3당 간사의 합의가 이뤄지면 증인 채택 의결이 가능하다고 법에 나와 있다”며 “국감을 조금 뒤로 일정을 조정하고 3당 간사 간 합의만 이뤄지면 증인 채택은 가능하다”고 설득했지만, 새누리당은 끝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회법 57조 2항은 예산안·기금운용계획안 등 처리가 지연되면 큰 혼란이 빚어질 수 있는 안건 등을 제외하고 이견을 조정할 필요가 있는 안건을 심사하기 위해선 상임위 재적위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에 따라 여야 동수로 안건조정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했다. 안건조정위에 회부되면 최장 90일 동안 조정 기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여당은 이를 악용해 원치 않는 증인을 부르지 않고 국감 기간을 흘려보내려는 것이다.
안건조정위를 방패막 삼아 새누리당이 증인 채택을 거부하자, 야당은 “방탄 국감을 넘어서 국회가 청와대 부속실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추미애 더민주 대표), “20대 첫 국감이 유령감사가 되고 있다”(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고 일제히 비판했다. 국민의당에서는 특히 이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국회법 개정까지 거론하고 있다. 김관영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후 열린 여야 3당 원내수석부대표 회의에 앞서 “증인 채택 문제를 안건조정위원회까지 회부한 건 국회법을 지나치게 남용한 것”이라며 “새누리당이 ‘국회의장 중립법’을 말하는데, 우리 당은 그것을 포함해 국회법을 같이 논의해 생산적 국회가 될 수 있도록 의견을 모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정애 이경미 기자 hongbyu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