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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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24일 “5·16, 유신, 인혁당 사건 등은 헌법 가치가 훼손되고 대한민국의 정치발전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며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의 잘못에 대해 사과했다.

박 후보는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기적적인 성장의 역사 뒤편에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고통받은 노동자의 희생이 있었고 북한에 맞서 안보를 지켰던 이면에는 공권력에 의해 인권을 침해받았던 일도 있었다”며 “이로 인해 상처와 피해를 입은 분들과 그 가족들에게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인민혁명당 재건위 사건에 관해 “두 개의 판결이 있다”고 발언해 논란이 인 뒤 2주 만이다.

박 후보는 “5·16 이후 아버지께서는 ‘다시는 나와 같은 불행한 군인이 없어야 한다’고 했고, 유신시대에 대해서는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고까지 했다. 아버지께서 후일 비난과 비판을 받을 것을 아셨지만 반드시 국민을 잘살게 하고야 말겠다는 간절한 목표와 고뇌가 진심이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하지만 정치에서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음은 과거에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래야 할 민주주주의 가치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대통합위원회를 설치해 과거사 문제를 비롯한 국민의 아픔과 고통을 치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박 후보는 이날 부산 방문에선 “선거에서 네거티브라든가 과거 논쟁으로 일관해서는 국민에게 희망을 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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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대선 후보들은 박 후보의 과거사 관련 사과에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면서 추가적인 실천 의지를 촉구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는 이날 오후 홍익대 근처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나 “아주 힘든 일이었을 텐데 참 잘했다고 생각한다”며 “이제 우리 역사를 제대로 정리해서 국민화합, 통합으로 가는 출발점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고 말했다. 문 후보 캠프의 우상호 공보단장은 “역사 문제는 생각을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생각 변화의 진정성을 보여주려면 진상 규명, 명예 회복이 매우 필요하다”며 “필요하다면 피해자에 대한 보상과 국가적 사과까지도 있어야 한다는 게 문 후보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안철수 대통령후보는 국민대 무인차량로봇 연구센터를 방문한 자리에서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필요한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과거 고통스런 역사에서 배워 이제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혁당 재건위 사건 유족들은 성명을 내 “이번 사과는 진심에서 나온 말이 아닌 것을 너무나도 분명히 알 수 있다”며 “수세에 몰리게 되자 대통령이 되려고 마음에 없는 말로 사과를 이야기하는 것은 다시 한번 유족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일이다. 차라리 가만히 있어달라”고 말했다.

성연철 송채경화 기자 sych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