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국회 18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다수당에서 맡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로 했다. 그러나 야당이 ‘다수당 독재를 꾀하는 발상’이라며 반대하고 나섰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13일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책임정치 이념을 구현하는 데 다수당에서 모든 상임위원장을 맡는 게 맞다”며 “안이 나오면 내년 2월쯤 발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미국을 비롯해 유럽도 대부분 다수당이 상임위원장을 차지하면서 책임정치를 하고 잘못했을 때는 심판을 받는다”며 “우리나라는 야당에 상임위원장을 배분하는데 (야당이) 책임은 전혀 지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추진하는 국회법 개정이 이뤄지면 현재 국회 다수당인 한나라당이 18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모두 독차지하게 된다.
그러나 야당은 물론 학계와 한나라당 내부에서조차 국내 정치 환경을 외면한 독재적 발상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외교학과)는 “미국은 다수당이 상임위원장까지 맡게 돼 있으나 여소야대가 대통령제의 본연이라는 선상에서 나온 제도”라며 “여당이 쟁점 사안마다 직권상정하는 우리나라와 같은 정치 환경에서 한나라당의 안을 추진하면 자의적인 권력 남용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노영민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현안 브리핑에서 “99마리 양을 가진 부자 한나라당이 100마리를 채우기 위해 가난한 야당의 한 마리 양마저 빼앗겠다는 것”이라며 “결국 과거 독재정권 시절로 돌아가겠다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박선영 자유선진당 대변인도 “한나라당이 뭐든 다하겠다는 다수당의 횡포”라고 비판했다.
한나라당의 한 4선 의원은 “다수당의 일방 독주 견제장치를 마련한 뒤에야 추진해야 한다”며 “하더라도 19대 국회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은 성연철 기자 mirae@hani.co.kr
다수당이 ‘국회 상임위원장 독식’ 추진
한나라 “내년 2월 법안 발의”…야당 “다수당 독재”
기자김지은
- 수정 2009-12-13 19:24
- 등록 2009-12-13 1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