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총선에선 야권이 협조체제를 구축하면 승산이 높거나 선전할 만한 지역구가 몇 군데 눈에 띈다. 특히 통합민주당이 ‘양보의 미덕’을 발휘하면 의외의 결과가 나올 만한 곳들이다. 민주당으로서는 이미 후보를 냈거나 낼 준비를 하고 있지만, 당 안팎에서는 ‘전략적 공조’ 얘기도 나온다.
가장 먼저 주목을 받는 곳은 서울 은평을이다. 이 지역은 이명박 정부 들어 ‘신실세’로 떠오른 이재오 의원이 15대 이후 내리 3선을 한 곳이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도전자’인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중앙일보> 조사에서는 문 후보가 0.1%포인트, ‘조선일보-SBS’ 조사에서는 6.5%포인트 앞선 것으로 보도됐다. 문 후보가 지난 2일 ‘한반도 대운하 반대’를 기치로 출사표를 던질 때와 비교하면 2주 남짓 만에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그러나 두 후보간 접전에 통합민주당의 송미화 후보와 자유선진당 장재완 후보가 가세하면서 판세를 가늠하기 어렵게 됐다. 민주당의 송 후보는 지난 17대 총선에서 이 의원에게 2.1%포인트의 득표율 차이로 패배할 만큼 득표력이 상당해 문 후보와 표를 나눠가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문 후보는 앞서 민주당 쪽에 “은평을에는 공천자를 내지 말아달라”고 먼저 손을 내밀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문 후보가 지난 대선에서 후보 단일화 요구를 끝내 수용하지 않은 ‘전력’을 들어, 민주당은 문 후보 쪽의 이번 요구에 일체 공식적 응대를 하지 않고 있다.
노회찬 진보신당 공동대표가 출마를 선언한 서울 노원병에서는 노 대표와 한나라당 홍정욱 후보(전 헤럴드미디어 회장)의 양자대결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임채정 국회의장의 지역구였던 이곳을 전략공천 지역으로 지정한 민주당이 아직 후보를 내지 않은 상황에서 기선을 잡은 쪽은 노 대표다. 노 대표는 최근 공표된 <중앙일보>의 전화여론조사에서 24.6%의 지지율로, 23.7%에 그친 홍 후보를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큰 변수는 민주당의 공천 여부다. 민주당이 후보를 내게 되면 균형추는 홍 후보 쪽으로 기울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반면, 노 대표와 함께 진보신당 대표로 나선 비례 출신 심상정 전 의원은 경기 고양덕양갑에서 어려운 싸움을 하고 있다. 심 대표는 최근 <중앙일보>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계인 손범규 한나라당 후보(31.9%)에게 큰 차이(17.6%포인트)로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곳에서는 민주당의 공천을 받은 한평석 후보가 뛰고 있어, 초반부터 3자 대결구도가 짜여졌다.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2파전이면 승산, 3파전이면 고전
서울 은평을 문국현, 노원병 노회찬
한나라 후보에 여론조사 앞서
기자강희철
- 수정 2008-03-20 20:12
- 등록 2008-03-20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