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최근 단행된 일부 사무처 당직자 인사에 대해 15일 이례적으로 강한 불만을 표출하면서 앞으로 당 화합에 변수로 작용할 지 주목된다.

박 전 대표의 발언은 경선 이후 당 운영방식에 대해 공식 언급한 `첫 불만'인 만큼, 최근 이명박 대선후보 선대위 상임고문직 수락을 계기로 형성된 것으로 보였던 이 후보와의 화해 기류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느냐는 것.

박 전 대표는 15일 저녁 기자들과 가진 만찬 자리에서 "요즘 많은 전화를 받는 데 전화 내용이 (당이 친박 성향의 사무처 당직자들을) 임기가 남았는데도 제거하고 한직으로 보내고 잘라내고 한다는 거다"면서 "저를 도운 사람들이 죄인인가요"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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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당 대표를 맡아 기득권을 포기하면서까지 정치발전을 위해 노력해왔다. 그래야 나라가 발전한다고 믿었다"면서 이번 인사가 정치발전이라는 `대의'(大義)에도 부합하지 않음을 우회적으로 강조했다.

박 전 대표의 발언은 최근 사무처 당직자 인사에서 기존의 친박(친 박근혜) 인사들이 친이(친 이명박) 인사들로 상당수 교체된 데 대한 강한 불만의 표출이란 게 측근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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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지난 12일 당은 충북, 충남, 울산, 경북, 전남 5개 시.도당 사무처장 인사를 단행하면서 경선에서 박 전 대표를 지지한 것으로 알려진 친박 인사들을 대기발령하고, 친이 성향으로 평가되는 인사들을 직무대행으로 임명해 당사자들이 강력 반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박 전 대표가 대표 재직시 보좌역으로 근무했던 경북도당의 A 사무처장도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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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중앙위원회 서울시 연합회장으로 역시 경선 기간 박 전 대표를 도왔던 B씨도 임기를 다 채우지 않았음에도 최근 친이계로 분류되는 인사에게 자리를 `빼앗겨' 반발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박 전대표의 한 측근은 16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박 전 대표 자신은 경선에 승복하고 바른 정치를 하겠다고 밝혔음에도 당이 경선 활동을 빌미로 불이익을 주는 행태로 화합을 저해하는 것은 안된다는 의미"라면서 "특히 `상대적 약자'인 사무처 당직자에 대한 부당한 조치에 섭섭한 심경을 토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선 직후부터 단행된 각종 당직 인사에 이어 지난달 치러진 시.도당위원장 선거 당시 친박-친이 후보가 맞붙은 지역에서 이 후보측이 당원들을 상대로 친이 후보 선택을 했다는 설까지 제기되고 있어 이런 `불만'이 끝내 폭발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이 후보의 `한반도 대운하' 공약의 당론 채택을 위한 의총에서 박 전 대표의 최측근인 유승민 의원이 "무기명 표결로 당론 여부를 정하자"며 대립각을 세운 것과 공교롭게도 같은 날 발언이 나온 것도 여러 정치적 해석을 불러올 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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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박 전 대표측은 이번 언급이 이 후보와의 대결 구도로 해석되거나 당내 갈등으로 비화돼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한 친박 의원은 "독수리가 새끼 병아리를 낚아채려고 위협하는 장면을 가만히 보고 있을 어미 닭이 어디 있겠냐"며 `자연스러운 일'임을 강조하고, "박 전 대표의 발언은 이 후보측이 향후 당 운영에서 이 같은 유감스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의 한 측근은 "박 전 대표를 도왔던 많은 분들이 선대위에서 주요 직책을 맡고 있는 만큼 지엽적 문제가 있더라도 큰 틀에서 잘 될 것"이라며 사태 확산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보였다.

그러나 또 다른 측근은 "박 전 대표가 경선 기간 주장했던 `이명박 불가론'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면서 "이는 경선 이후 밝혀왔던 `정권교체를 위한 백의종군'과도 다른 입장이 아니냐"며 내심 불쾌감을 드러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