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의 날 시가행진이 열린 지난 26일 서울 광화문 광장 관람무대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시가행진을 지켜보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국군의 날 시가행진이 열린 지난 26일 서울 광화문 광장 관람무대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시가행진을 지켜보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국방부가 제75주년 국군의 날 시가행진 행사를 진행하려고 경제단체와 기업에서 기탁과 후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27일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국방부는 국군의 날 시가행진에 쓰기 위해 군인공제회에서 2000만원, 국민은행에서 1000만원 등 모두 3500만원을 기부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명목은 “예산이 부족해서”였다고 한다. 국방부는 전날인 26일 국군의날 75주년을 맞아 10년 만에 재개된 시가행진을 위해 예산 101억9000만원을 편성했는데,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며 별도로 외부기관에서 후원금도 받았다는 것이다.

이와 별개로 국방부는 우리은행으로부터 5억원 규모의 기부 협약을 맺고 장병들을 위한 의류·화장품을 전달받는 등 모두 9개 기업으로부터 수억원대의 물품 후원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방부는 엘지(LG)생활건강에서 선크림·비누 등 생활용품 7006점, 한국인삼공사에서 홍삼수 5만병, 오리온재단에서 과자선물세트 1만점 등을 후원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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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외부단체에 후원을 먼저 요구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김성주 의원실이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받은 답변자료를 보면, 국방부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 관계자는 지난달 7일 대한상의를 방문해 국군의 날 행사와 광화문 일대 시가행진 계획 등을 설명했다. 이로부터 열흘 뒤인 17일, 대한상의 관계자는 한 기업 관계자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이날 행사를 안내하면서 “기업 차원에서 물품 후원이 있으면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내부적으로 긍정적인 검토를 부탁드린다”고 후원을 권유했다.

이와 관련해 대한상의는 김성주 의원실에 “올해 행사 지원에 관심을 가질 만한 기업에 행사 정보를 공유했다”고 설명했고, 국방부는 이런 기탁과 후원이 “이전부터 관행적으로 이뤄진 사항으로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해명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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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는 이와 관련한 송갑석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국군의 날 행사 예산은 전액 국방예산을 활용했고 증액이 필요한 부분은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국방부에서 추가 지원했다. 행사 기획단에 기부한 기업들은 자발적으로 기부 의사를 밝혔으며, 적법한 절차를 거쳐 기부물품을 접수 및 집행했다”고 설명했다.

김성주 의원은 “국군의 날 시가행진 행사는 전적으로 국방부가 집행해야 할 정부 예산 사업이라는 점에서 대외기관, 단체, 기업을 통한 기탁과 후원까지 받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잼버리부터 부산 엑스포 유치까지 정부가 대규모 국가행사에 대해 기업들과 금융권에 후원을 요청하거나 강요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