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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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27일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정권교체 뒤 1년5개월여 자신을 속박해 온 ‘사법리스크’의 굴레를 일부나마 벗게 됐다. 검찰이 보완수사에 나설 가능성이 남아있고 ‘대장동 개발특혜 의혹’을 포함해 진행 중인 재판과 향후 진행될 재판에서 유무죄를 다퉈야 하지만, 한숨을 돌리게 된 것이다.

이 대표는 영장이 기각된 이날 새벽 3시50분께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정문 밖으로 나와 “인권의 최후 보루라는 사실을 명징하게 증명해주신 사법부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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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늦은 시간에 함께해주신 많은 분들, 그리고 아직 잠 못 이루고 이 장면을 지켜보고 계실 국민 여러분 먼저 감사드린다. 역시 정치는 정치인들이 하는 것 같아도 국민이 하는 것이다”라며 “정치란 언제나 국민의 삶을 챙기고 국가의 미래를 개척해나가는 것이란 사실을 여야, 정부 모두 잊지 말고 이제는 상대를 죽여 없애는 전쟁이 아니라 국민과 국가를 위해 누가 더 많은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지를 경쟁하는 진정한 의미의 정치로 되돌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어 “이제 모레는 즐거워해 마땅한 추석이지만 우리 국민들의 삶은, 우리의 경제 민생의 현안은 참으로 어렵기 그지없다”며 “우리 정치가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이 나라 미래에 도움되는 존재가 되기를 정부 여당에도, 정치권 모두에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굳건하게 지켜주시고 현명한 판단해주신 사법부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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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영장 기각에 관해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은 야당 탄압과 정적 제거에 혈안이 된 윤석열 검찰독재 정권에 경종을 울린 것이다. 윤석열 정권과 정치검찰의 무도한 왜곡·조작 수사는 법원의 벽을 넘지 못했다”며 “사필귀정이다. 이 대표를 겨냥한 비열한 검찰권 행사를 멈춰야 할 시간이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대선 패배 뒤 대장동 특혜 의혹 수사 탓에 손발이 묶인 처지였다. 이 대표는 지난해 6·1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때 인천 계양을에서 당선되고, 곧이어 8월 전당대회에서 당권까지 틀어쥐었다. 하지만 내내 ‘방탄용’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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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영장 기각은 그간 여권은 물론, 당내 비명계로부터도 끊임없는 공세를 받고 벼랑 끝까지 몰렸던 이 대표에게 기사회생의 기회를 줬다.

지난 8월31일부터 24일간의 ‘단식 투쟁’으로 지지층을 모은 이 대표는 갈라진 당을 정비하고, 강도높은 대여 투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에게 놓인 첫번째 과제는 자신의 체포동의안 가결 후폭풍 뒤 갈등의 골이 깊어진 당내 주류와 비주류를 통합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지난 21일 본회의에서 최소 29명의 의원이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에 동참한 뒤 색출과 징계를 둘러싸고 첨예한 대립이 지속되는 상태다.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입지를 다진 이 대표가 ‘배신자 척결’과 ‘보복’의 정치에 나설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그는 당권을 쥔 뒤 여러 차례 ‘당이 분열하면 총선에서 질 것이고, 그런 결과는 나도 원치 않는다’고 강조해왔다. 민주당의 한 다선 의원은 “지금 당내 분위기를 진정시킬 수 있는 이는 이 대표뿐이다. 그것이 체포동의안 가결로 상처 입은 리더십을 회복할 수 있는 길이다”라고 말했다. 계파색이 옅은 초선 의원도 “내년 총선은 정권 심판론으로 치를 텐데, 사법리스크가 해소된 국면에서 이 대표가 대여 투쟁 집중도를 분산시키는 선택은 하지 않을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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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한켠에서는 이 대표가 윤석열 정부를 향한 투쟁 강도를 높이기에 앞서 ‘이재명 일극체제’로 당을 재정비하는데 무게를 둘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강성 당원들의 요구를 명분으로 ‘체포동의안 가결파’ 색출과 징계에 나설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총선을 앞두고 주류와 비주류의 갈등은 전면전 양상으로 치달을 수 있다. 일부에서는 갈등이 최악으로 치닫는다면 ‘분당’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말도 나온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