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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행정·자치

박원순 시장 “사회적기업 성장 단계별 맞춤 지원해야”

등록 :2013-01-20 21:39수정 :2013-01-20 22:27

박원순 서울시장(왼쪽 가운데)이 19일 오후 서울시청 집무실에서 사회적 경제단체 활동가들과 대담을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박원순 서울시장(왼쪽 가운데)이 19일 오후 서울시청 집무실에서 사회적 경제단체 활동가들과 대담을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서울시장의 ‘사회적경제 구상’ 대담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자본의 탐욕에 대한 성찰과 함께 복잡해지는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나의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사회적 경제’다. 시민 참여와 협력, 연대로 여럿이 함께 하는 경제 활동을 뜻하는 사회적 경제는 대기업 중심의 성장주의 경제가 한계를 드러내면서 더 주목을 받고 있다.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서울시는 공유경제 표방, 사회투자기금 조례 제정, 마을공동체 지원센터 설립 등을 통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를 통틀어 사회적 경제 사업과 지원에 가장 적극적인 자치단체로 꼽힌다. 희망제작소를 비롯한 사회적 경제단체 전문가들이 지난 19일 서울시가 1년 동안 추진해왔던 사회적 경제 사업의 성과를 평가하고 과제를 짚어보는 대담을 했다.

때: 2013년 1월19일(토) 오후 2시

곳: 서울시청 새청사 6층 시장 집무실

진행: 정상훈 희망제작소 사회적경제센터장

참석자: 박원순 서울시장

김인선 사회적기업 우리가만드는미래 대표

김범진 사회적기업 시지온 대표

유호근 희망동네사무국장

이승언 한살림서울 기획관리부장

권지웅 민달팽이 유니온 사무국장

 

정상훈 지난해 서울시의 가장 큰 성과는 사회적경제 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이었다. 거버넌스(민관협치)에 대한 의지와 소통 노력, 생태계 조성 시도, 혁신형 사회적기업의 발전토대 구축 등 많은 변화가 있었다. 지난 한 해를 평가한다면?

박원순 지난해엔 기반 구축과 생태계 조성에 주력했다. 조례 만들고 중간지원기관 출범시켰다. 공공구매의 변화도 시도했다. 당장 가시적 결과는 없지만 여러 기반이 만들어졌다 생각한다.

 많은 이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사회적경제의 외연을 넓히고 심화하는 노력과 열정을 쏟았다. 이들의 활동을 제대로 지원하는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성급히 가기보다 알차게 가야하며, 핵심은 교육과 홍보다. 시가 지원하지만 자율적으로 성장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

김인선 지난해 시에서 진행한 다양한 사업들은 실질적 성과를 내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도 혁신형 사회적기업을 6개월 만에 평가해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등 단기적 평가 경향이 엿보인다. 평가 기준을 어떻게 두고 있나?

박원순 현장 사람들과 전문가들이 평가 기준을 같이 만들면 좋을 것 같다. 거버넌스 정신이 모든 곳에 침투돼야 한다. 취임 초 서울산업통상진흥원에서 운영하는 사회적기업 창업지원센터에 간 적 있는데 1년 만에 내보내더라. 입주자가 주인이 돼야 하는데 완전히 객이었다. 대규모 자본과 인력을 가진 기업도 뭔가 만들어내려면 5년은 걸린다. 성장 단계별 맞춤지원이 필요하다. 팔아주는 것도 중요하다. 박스숍, 백화점, 홈쇼핑 등 만들라 지시했다. 지하철 지하상가의 3분의 1에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 점포 배치할 계획이다. 공공구매 때 탈락한 사회적기업 제품이 다음해엔 되도록 컨설팅하는 방안도 지시했다.

정상훈 사회적경제 제품·서비스의 유통을 위해 사회적경제 조직의 경쟁력 강화나 사회책임조달 같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단 지적이 있다. 관련 구상이나 원칙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

박원순 사회복지나 주택부문에도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이 많이 나타났으면 한다. 시는 건설회사를 통해 1년에 임대주택을 2만호가량 짓는다. 이 일을 사회적기업 건설회사들이 할 수 있다. 시가 지난해 900억원을 투자해 보육시설 만들었지만 서비스 질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어린이 보육을 제대로 하겠다는 사회적경제 주체가 나타나면 얼마든지 위탁할 수 있다. 공공시장은 이미 열려있다. 지난해 시는 사회적기업 제품 구매액을 2011년의 2조9천억보다 4150억원 늘렸다.

김인선 시장 열려 있다고 하는데 벽이 여전하다. 사회적경제 단위에서 생산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질이 문제다. 어떤 제품과 서비스가 생산되는지 실태조사를 정확히 하되, 어떤 물품을 어떤 수준으로 만들어야 하는지 컨설팅해야 한다.

박원순비교적 저수준의 기술로도 가능한 건설공사 같은 것을 분리해 사회적기업들이 응찰하거나 판매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부족한 기술이나 품질·디자인·기능 등을 컨설팅 해 역량을 키워야하겠다.

지난 19일 오후 박원순 시장(가운데)이 대담을 마친 뒤 참석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권지웅 민달팽이 유니온 사무국장, 정상훈 희망제작소 사회적경제센터장, 김범진 사회적기업 시지온 대표, 박 시장, 김인선 사회적기업 우리가만드는미래 대표, 이승언 한살림서울 기획관리부장, 유호근 희망동네 사무국장.  박종식 기자
지난 19일 오후 박원순 시장(가운데)이 대담을 마친 뒤 참석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권지웅 민달팽이 유니온 사무국장, 정상훈 희망제작소 사회적경제센터장, 김범진 사회적기업 시지온 대표, 박 시장, 김인선 사회적기업 우리가만드는미래 대표, 이승언 한살림서울 기획관리부장, 유호근 희망동네 사무국장. 박종식 기자
작년엔 기반구축·생태계 조성 주력
판매위해 지하상가 1/3에 점포 추진
사회복지·주택 협동조합 나타나야

사회투자기금 500억원 투입 예정
프랑스와 ‘사회적경제 엑스포’ 추진
서울, 사회적 변화 주도 도시조성 꿈

정상훈 시의 사회투자기금에 대한 기대가 크다. 구체적 운영 방향을 소개해달라.

박원순 사회연대은행이 수탁기관을 맡게 됐다. 500억원 예산 투입하고 매칭해서 1천억으로 늘릴 것이다. 은행이나 기업, 기관들 중 좋은 곳에 돈 쓰고 싶은데 어디에 써야할지 모를 때 사회투자기금에 투자하면 우리가 같은 액수를 내놓는다. 자금을 제공하는 쪽에서 어디에 썼으면 좋겠다고 얘기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 운영위원회에서 투자처를 지정할 수 있다. 유럽에선 흔하지만 한국에서 이런 실험은 처음이다.

 민간단체 지원의 사회영향을 계산해 계약 방식으로 지원하는 사회혁신채권도 연구 중이다. 예컨대 자살률 감소 목표를 정하고 자살이 주는 사회적 효과를 계산해 목표 달성한 만큼 예산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진전되면 따로 투자자를 모집한 뒤 시가 보전하는 방식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

정상훈 초중고등학교 교과서에 사회적경제 관련 내용을 넣자는 의견이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박원순 우리가 나서 제안하는 것도 생각해볼 만하다. 지난해 파리에서 사회경제연대장관을 만났다. 프랑스는 사회적경제 부문이 전체 경제의 10%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는 통계조차 없지만 아시아에서 중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유럽은 프랑스 정부가 모아내고, 아시아는 서울이 모아낼테니 같이 ‘사회적경제 엑스포’를 열어보자 얘기했다. 실무진에서 추진 중이다.

김범진 얼마 전 한 벤처캐피탈 대표와 저녁을 했는데 투자자가 느끼기에 사회적기업은 보조금으로 연명하는 ‘좀비기업’이라 하더라. 착하고 선한데 실력은 없는 기업이란 인식이 팽배하다. 어떻게 생각하나?

박원순사회적경제는 지나치게 윤리나 정신적 부분을 강조하는데 효율성 같은 기업적 요구도 중요하다. 매출 성장이 없다면 소꿉장난 밖에 안 된다. 물론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취약계층을 돕는 사회적 가치 잃어버리면 일반기업과 다를 바 없다. 양 분야에 성공적인 모델이 나와야 한다. 스타기업이 필요하다.

정상훈 사회적경제로 서울을 어떻게 바꾸고 싶은가?

박원순 비영리단체는 세상에 초연했고, 기업은 이제 사회책임을 생각하지 않으면 존립하기 힘들다. 정부도 과거의 권력만으론 안 되니 거버넌스를 한다. 서울이 사회적 변화, 세상의 트렌드에 앞서가는 도시로 만드는 게 꿈이다. 

정리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대담 후기

‘꼼꼼한’ 원순씨

대담중 제기된 지적·제안들
일일이 확인뒤 참석자 환송

박원순 시장과 사회적 경제 활동가들의 대담은 박 시장의 ‘친정’이라고 할 수 있는 희망제작소의 주선으로 이뤄졌다. 박 시장은 독립민간 연구소인 희망제작소 설립을 주도했으며, 2006년 3월부터 2011년 9월까지 상임이사로 활동했다.

진행을 맡은 정상훈 희망제작소 사회적경제센터장은 “희망제작소를 떠나 서울시를 이끌고 있는 박 시장에게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직접 정책의 성과와 과제를 듣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대담은 서울시청 새청사 시장 집무실에서 1시간30분 동안 이뤄졌다.

박 시장은 “건설이나 보육 분야에서 사회적경제 주체들의 진출이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 내가 시장의 본분이 있어 더 이상 얘기하지 않겠지만…”이라며 후배 활동가들을 ‘다그치기’도 했다. 협동조합을 설립 위주로만 홍보하고 있다는 지적과 청년 대학생들의 기숙사 관리임대협동조합 설립 제안에는 “매우 좋은 생각”이라며 즉석에서 배석한 공무원에게 지시하기도 했다. 박 시장은 “싸이만 스타일이 있는 게 아니다. 나도 서울스타일을 개발했다. 이 춤은 민관이 함께 추는 춤인데 지금 당장 탁자 위에 올라가 보여줄 수 있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참석자들은 사회적 경제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이들이다. 김인선 대표와 김범진 대표는 사회적 기업을 이끌고 있고, 유호근 사무국장과 이승언 부장은 마을공동체와 협동조합에서 오래 활동했다. 대담은 예정된 시간을 넘겼으나 박 시장은 대담 중에 나왔던 지적과 제안 등을 참석자들한테 일일이 확인한 뒤에야 헤어졌다.

박기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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