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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 기독교인의 부끄러움 / 안종철

등록 2007-11-26 18:17

독자칼럼
내 신분이 목사이며 교수이기 때문에 만나는 사람도 대부분 그런 사람들이다. 교계에서 원로가 되었거나 이미 은퇴한 사람들도 많이 있다. 우리들의 일과 관련된 대화가 끝날 즈음이면 자연스럽게 한국 정치 이야기, 특히 요즈음 대통령 출마자들에 대한 관심으로 옮겨진다. 딴 짓을 하고 있던 친구들도 ‘정치 이야기’만 나오면 눈에서 총기를 내뿜으며 대화에 참여하고, 정치라면 내게 일가견이 있다는 태도로 진지하다.

목사들에게는 정치가 ‘세속 이야기’가 아니고 우리 삶의 일부라는 증거다. 우리들의 관심은 “서울을 하나님께 바친다”고 했던 어느 후보에게 쏠리게 되고, 그의 윤리성 때문에 기독교인이 큰 상처를 받고 있음을 서로 확인하면서 우울해진다. 그 후보에게서 “냄새가 나도 너무 난다”며 실망과 분노의 목소리로 성토가 이어질 즈음, 우리 중 한 사람은 “도덕성이 대수냐, 후보자가 교회에 다니면 됐지!” 하는 어느 기독교 평신도 지도자의 다른 목소리를 전했다. “그렇구나! 그런 기독교인들도 있겠지…” 하면서 우리는 서로 씁쓸하게 실망과 반성의 눈빛을 교감했다. 우리는 후보 자신이 ‘기독교인’이라든지, 또는 ‘교회’와 관계된 말이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는 바람막이로 나오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교회는 도덕성에 대해서는 많이 가르쳤지만 기독교인으로서 윤리적 책임을 다하는 일에 등한했고, 잘못 가르쳤음을 우리는 반성했다. 도덕은 항상 치자, 권력자, 가진 자의 편에서 규범화되었다. 그러므로 도덕의 속성은 강제적이고 지배적인 요소를 지니고 있다. 도덕이 자리잡으면 ‘자연법인 양’ 간주되고, ‘선’과 혼동되어 행세한다. 따라서 도덕은 매우 객관적이고, 옳고 바르며, 인간을 위한 것처럼 말하지만, 항상 엘리트 편에 속해 있다. 그러므로 ‘도덕적 인간’이란 법망을 피해 사는 사람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많다. 예수는 당시 온갖 도덕적 가르침에 반대되는 가르침을 전했다. 도덕은 상대적이다. 도덕은 시대마다, 나라마다, 종교 혹은 문화마다 모두 다르다. 그러므로 기독교인은 도덕적 인간으로서는 부족하다. 아니, 도덕적 인간을 타파한다. 기독교인 후보는 자신이 도덕적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므로 자신의 결점을 들추는 사람들은 자신을 ‘넘어뜨리려는 사람들’로 간주한다. 자신은 의로우니 그런 사람들이 ‘오히려 쓰러질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기독교는 도덕을 초월한다.

기독교는 윤리적 인간을 가르친다. 기독교인의 윤리는 가난한 자, 힘없는 자, 눌린 자를 자신과 동일시하는 윤리다. 그래서 기독교의 윤리는 사랑의 윤리다. “나 좀 도와주세요! 배가 고파요” 하는 목소리를 신의 목소리로 듣는다. 도덕률은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라고 말하지만, 윤리는 ‘원수를 사랑하라’고 말한다. 무엇보다도 윤리적 힘은 잘못 가던 길을 돌이켜 올바로 가게 하는 힘을 공급한다. 기독교적인 용어로 ‘회개’의 용기는 도덕적 판단이 아니라 윤리적 결단에서 나온다. 우리가 관심을 갖는 기독교 후보는 이런 용기가 부족하다. ‘정말 미안합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그렇게 말하면 표가 달아날 염려 때문에 예수의 가르침을 잠시 잊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한 가지, 선거가 끝날 때까지는 제발 그의 입에서 ‘기독교’와 ‘교회’ 이야기가 나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런 변명을 들으면 우리가 기독교인이 된 것이 너무 부끄러워지고 불편해지기 때문이다.

안종철/중앙신학대학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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