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훈(왼쪽)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2019년 5월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워킹그룹 회의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도훈(왼쪽)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2019년 5월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워킹그룹 회의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6일 한-미 워킹그룹(워킹그룹)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워킹그룹을 통해 할 수 있는 일과 우리 스스로 판단해서 할 수 있는 일을 구분해서 해야 한다”며 “대북 제재 자체가 목적이 아니므로 창의적 해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워킹그룹은 미국이 대북 제재를 내세워 남북관계 진전을 가로막는 도구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커져왔다. 이 후보자를 비롯한 새 외교안보팀은 워킹그룹의 실태를 점검해 전면적 개혁에 나서길 바란다.

한-미는 2018년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두달 뒤 워킹그룹을 만들어 비핵화와 남북협력 사업 등을 조율해왔지만, 남북이 합의한 사업들이 미국의 ‘승인’을 받지 못해 좌초하는 일이 반복됐다. 외교안보정책 경험이 풍부한 인사들이 앞장서 문제 제기를 해왔다. 남북정상회담 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계간지 <창작과 비평> 여름호 대담에서 ‘대북 제재 결의에 과도한 해석을 내세우는 경우가 많은 워킹그룹에서 통일부가 빠져야 남북협력 주무부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광온·김두관·홍익표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정세현·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등도 워킹그룹이 남북관계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됐다고 비판한다. 시민단체들은 ‘워킹그룹은 신총독부’란 비판까지 하고 있다.

반면 외교부는 소극적 태도를 보인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2일 “미측과 그런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어떻게 운영 방식을 개선함으로써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며 개선 논의는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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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워킹그룹을 겨냥해 문재인 정부의 대미 굴종 정책 때문에 남북협력이 막혀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일부에선 워킹그룹에 대한 문제 제기가 북한의 주장이라고 공격한다. 그러나 북한의 주장 여부를 우리 정책 판단의 잣대로 삼아선 안 된다. 한반도 운명의 주인으로서 막힌 남북관계를 풀고 핵 문제를 해결할 담대한 외교의 관점에서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7일 방한한다. 정부는 비건 부장관에게 워킹그룹의 문제점을 명확히 전달하고 개편 방안을 적극적으로 협의해야 한다. 워킹그룹을 해체할 수 없다면, 최소한 한국의 자율성을 크게 넓히는 쪽으로 개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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