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감염병의 팬데믹(대유행) 위험이 매우 현실화되고 있다고 세계보건기구(WHO)가 9일 경고했다. 지난해 말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견된 코로나19 감염병의 유행은 그동안 몇몇 나라와 지역에 국한됐으나, 이제 지역적 한계를 넘어 세계 어느 곳에서나 나타나는 광범위한 현상으로 전환하고 있다. 실제 전세계적으로 확진자가 11만명을 넘어섰고 4천여명이 숨졌다. 이탈리아에선 확진자가 급증해 7천명을 넘어서자 전국 모든 지역에서 이동을 제한하는 극단 조처를 취했다.
이번 팬데믹 경고는 중국에서 신규 확진자가 100명 아래로 떨어지는 등 진정세가 뚜렷한 시점에 나왔다. 중국 상황의 호전과 무관하게 유럽과 미국 등에서 감염병이 본격 확산하면서 장기적으로 보면 세계의 더 많은 지역에서 창궐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뜻이라, 매우 우려스럽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감염병의 지역사회 전파를 최소화하고 안정화하는 데 최우선 순위에 놓고 방역대책을 집행했다. 입국 검역은 중국인 등에 대해서만 강화된 절차를 적용했고, 최근엔 하루 확진자를 200명 아래로 떨어뜨리는 등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이제 팬데믹 위험이 현실화함에 따라, 이에 대비한 별도의 중장기적이고 포괄적인 대책 수립이 시급해졌다는 지적에 귀 기울여야 한다.
팬데믹이 현실화한다고 해서 글로벌 시대에 효과가 불분명한 입국 제한을 무조건 확대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 모든 나라가 이런 방식의 대응에 나서면 세계경제 충격을 가속화하면서 상황을 나쁘게 할 수 있다. 오히려 국제 협력과 공조체제 구축을 통해 감염병의 유입 차단과 국가 간 교류·교역의 지속을 보장할 균형점을 찾는 게 시급하다. 예컨대 출국 전과 도착 후 검사 시스템을 공유하고 임상시험 정보와 진단키트 및 장비 등을 교환하는 국제협력 체계 구축에 나서는 방안 등을 적극 검토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