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확진 사례가 보고된 지 40일 만인 1일 누적 환자 수가 3700명을 넘어섰다. 확진자 급증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감염병 확산의 핵심 실마리로 꼽히는 신천지 교단의 마지막 예배(2월16일) 뒤 잠복기인 2주일이 흘렀기 때문이다. 방역당국의 세밀한 대처와 함께 시민들 개개인이 사회적 접촉을 줄이고 위생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노력이 관건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감염병의 특성상 개인 위생이나 ‘사회적 거리 두기’(접촉 최소화)만큼 효과가 큰 예방 방법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대한감염학회를 비롯한 ‘범학계 코로나19 대책위원회’도 지난 29일 긴급 호소문에서 “지금부터 2주가 중요하다”며 “가장 핵심적인 대책은 국민 모두가 방역의 주체로 참여해 사람들 간 접촉을 최소화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방역당국과 전문가 단체의 권고대로 각 종교단체가 잇따라 현장 집회를 취소하고 있다. 바람직하고 다행스럽다. 영락교회, 충현교회, 광림교회도 기존 입장을 바꿔 일요 예배를 온라인 방식으로 갈음했다. 현장 예배를 아직 고집하고 있는 교회들도 자제하는 게 옳다.
각급 학교는 개학을 미뤘고, 국외 출장·여행이나 관혼상제의 연기나 취소가 이어지고 있다. 일부 민간기업에서는 재택근무 도입과 근로시간 유연제를 시행해 사람 간 접촉을 줄이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 이와 함께 대면 서비스 최소화, 실내 공간의 집단 행사나 모임의 제한에 민간의 참여 폭이 늘어나도록 하는 정책적 유도와 뒷받침이 이뤄지기를 바란다.
비누나 세정제로 손을 자주 씻고, 기침할 때는 옷소매나 손수건으로 입과 코를 가리는 개인 위생 수칙 준수는 최소한의 기본이다. 범학계 대책위의 호소처럼 ‘개개인의 건강 지키기’가 곧 ‘우리 사회의 건강 지키기’이다.
많이 알려져 있듯 코로나19는 젊고 건강한 사람들에게선 대개 경증으로 끝나지만, 노인과 만성질환자들에겐 위중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한다. 각종 시설 입소자, 저소득층과 함께 이들 취약계층에 마스크를 비롯한 방역물품, 긴급 생활 지원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정부가 29일부터 공적 판매처를 통해 공급하고 있는 마스크가 필요한 곳에 차질없이 전달되게 만전을 기해야 한다. 부산 기장군은 아파트 경비실, 통·반장 조직을 통해 마스크를 주민들에게 무상 배분하고 있다고 한다. 원활한 공급뿐 아니라 감염병 확산을 막는 차원에서도 바람직하다.
감염병 사태의 장기화로 방역 담당자, 의료진이 극도로 지쳐, 안전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올 지경이다. 최일선에서 싸우고 있는 이들 전문가에게 위로와 격려, 응원이 필요하다. 정부 당국에 책임을 따져 묻는 일은 이르다. 코로나 사태를 정쟁의 소재로 이용하는 일도 삼가야 마땅하다. 민감하고 힘든 시기다. 서로 기대면서 어려움을 함께 극복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