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22일 오후 서울 동부구치소에서 석방돼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22일 오후 서울 동부구치소에서 석방돼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성접대를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1억8천여만원의 뇌물수수 등 모두 8개 혐의 가운데 3가지는 공소시효가 지났고 5가지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이 10여년 전 발생한 사건을 세번째 수사했으나 결국 단죄에 실패한 것이다. 판결문대로라면 검찰이 늑장을 부리고 제대로 수사를 안 했기 때문이니 모든 책임은 검찰에 물을 수밖에 없다.

사건 발생 이후 내내 ‘제 식구 감싸기’나 ‘청와대 외압’에 휘둘렸다는 비판을 받다 뒤늦게 뛰어든 재재수사마저 ‘또 봐주기’로 끝낸 셈이다. 국민들 앞에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눈가림 쇼를 펼쳤던 게 아닌가 싶다. 또한 검사들은 아무리 추악한 패륜 범죄를 저질러도 조직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 은폐·축소해준 검사들 역시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처럼 극적으로 드러내주는 사건도 없을 것이다. 더이상 말로만 검찰개혁 운운해서는 검찰은 하나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점을 온 국민이 생생하게 목격한 순간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정계선)는 22일 김 전 차관이 2006년 9월부터 2008년 2월 사이 13차례 성접대를 받고 최아무개씨 등 2명한테서 1억4천여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에 대해선 공소시효 10년이 지났다며 면소 판결을 했다. 또 1억여원의 제3자 뇌물수수나 상품권 수수 등은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 판결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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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사건 초기부터 검찰은 ‘별장 동영상’이 있음에도 계좌 추적이나 통신 조회 등 기본적인 수사조차 않은 채 사건을 뭉개버렸다. ‘미투’ 국면에서 재수사 여론이 빗발치고 검찰과거사위가 권고한 뒤에야 마지못해 수사단을 꾸려 치욕적인 세번째 수사에 나섰으나 이마저 ‘꼬리 자르기’ 식 반쪽 수사에 그쳤다. 공항 출국 소동으로 비난 여론을 자초한 김 전 차관과 건설업자 윤중천씨만 구속했을 뿐, ‘박근혜 청와대’의 외압이나 은폐·축소 의혹은 하나도 들춰내지 않았다.

세계 유일의 막강한 권한을 가진 ‘공룡 검찰’이 자정 기능을 갖추지 못했을 때 결국 ‘괴물 검찰’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이 사건은 적나라하게 드러내줬다. 무소불위의 검찰 권한을 대폭 줄여놓지 않으면 공룡 검찰은 언제든 괴물 검찰로 우리 앞에 나타날 것이다. 수십년간 보아온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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