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 한겨레 자료사진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 한겨레 자료사진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9일 ‘9월 하순에 미국과 마주앉을 용의가 있다’고 밝힌 데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즉각 긍정적인 답을 내놨다. 이로써 6월30일 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에서 합의된 ‘비핵화 실무협상’이 이달 안에 열릴 가능성이 커졌다. 북-미 협상 교착에 돌파구가 열릴지 주목된다.

최선희 부상의 제안은 미국 국무부 고위 인사들의 대화 촉구에 대한 응답이라고 볼 수 있다. 사흘 전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앞으로 1년 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협상에 전념할 것’이라고 밝혀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이 조속한 협상 재개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북한 비핵화가 완료될 경우 주한미군의 역할과 규모를 전략적으로 재검토할 가능성도 열어두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북한의 관심사인 자위권을 적극 인정하는 발언을 했다. 이런 발언들이 북한의 의구심을 완화시킨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도 북한은 최 부상의 담화 직후 발사체 두 발을 쏘아 올리는 무력시위를 감행했다. 북한의 이런 ‘이중 행동’은 미국의 태도 변화를 한번 더 압박하는 것이자, ‘안보 우려 해소’가 실무협상의 주요 의제가 될 것임을 예고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협상이 진행되는 중에도 남북 간 군사경쟁은 계속될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기도 하다. 정부는 북한의 무력시위에 단호히 대응하되 군사적 긴장을 완화할 방안도 함께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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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협상이 성사된다면, ‘하노이 결렬’을 가져온 북-미 입장차를 얼마나 줄이느냐가 협상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 부상이 말한 ‘새로운 계산법’이 협상 성패를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의 그간 행동으로 볼 때 최 부상이 ‘미국 쪽이 낡은 각본을 만지작거린다면 거래는 막을 내릴 수 있다’고 한 말을 엄포라고만 보긴 어렵다.

북한도 미국도 시간이 많지 않다. 북한은 민생경제의 목을 죄고 있는 제재의 해제가 시급하며,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을 앞두고 비핵화 협상의 구체적 성과가 절실하다. 연내에 3차 북-미 정상회담을 열려면, 실무협상에서 양쪽이 접점을 찾아야 한다. 북·미 모두 이번엔 끝을 보겠다는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한다.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다음주 워싱턴 방문을 검토한다고 하니, 정부도 북-미 협상이 확실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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