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특별대표가 일본을 거쳐 20~22일 한국을 방문한다고 한국과 미국이 발표했다. 비건 대표의 방한은 북한이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반발해 잇달아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며 한반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발표된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특히 비건 대표가 방한하는 날짜는 한-미 연합훈련이 종료되는 날인 만큼, 그의 방한과 함께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이 재개될지 주목된다.
비건 대표 방한의 표면적인 이유는 북-미 비핵화 협상을 위한 한-미 간 협력 강화다. 하지만 관심은 비건 대표 방한 중에 북-미 접촉이 이뤄지느냐로 모일 수밖에 없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친서를 보낸 사실을 공개하며, 김 위원장이 한-미 연합훈련이 끝나는 대로 협상을 재개하고 싶어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미국의 대북 기조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두어 주 안에 협상 재개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과 북한이 서로 만나고 싶어 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애초 북-미는 6월 말 판문점 정상 회동을 통해 7월 중순에 실무협상을 재개하기로 했으나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을 실무협상과 연계해 결국 열리지 못했다. 비건 대표는 먼저 방문하는 일본에는 1박2일만 체류하는 데 반해 한국에서는 사흘 동안 머물 예정이다. 사흘이면 판문점 등지에서 북한 쪽과 만나 비핵화 협상 문제를 조율할 시간 여유가 있다. 비건 대표 방한 중에 북-미 간 접촉이 이뤄진다면 비핵화 협상은 그만큼 속도를 낼 수 있다. 북한도 미국도 모두 시간이 촉박한 상황이다. 협상 재개를 더 미룰 이유가 없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8·15 경축사 ‘막말 비난’으로 남북의 분위기가 악화돼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북-미 협상을 빨리 재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차피 지금 분위기에서는 남북관계만 따로 진전을 보기 어렵고 북한도 ‘선미후남’의 태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 북-미 협상이 속도를 내지 않으면 남북관계가 풀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북-미 협상에 물꼬가 트여야 남북관계 진전을 막아온 장애물을 제거하는 일도 수월해질 수 있다. 비건 대표 방한이 북-미 협상 지체로 고조된 한반도 긴장을 풀고 비핵화 협상을 본궤도에 올리는 전기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