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자유한국당 전 원내대표는 지난해 12월20일 국회에서 <한겨레>가 보도한 자신의 딸 특혜채용 의혹이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검찰 수사를 통해 거짓말임이 드러났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김성태 자유한국당 전 원내대표는 지난해 12월20일 국회에서 <한겨레>가 보도한 자신의 딸 특혜채용 의혹이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검찰 수사를 통해 거짓말임이 드러났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2년여간의 힘든 파견 비정규직 생활을 하던 중 케이티(KT) 정규직 공채에 응시해 시험을 치르고 입사한 것이 사실의 전부라는 점을 분명히 밝혀드린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15일 자기 딸의 케이티 입사 비리 의혹과 관련해 한 말이다. 검찰이 오랜 수사를 거쳐 2012년 하반기 정규직 공채 당시 케이티 인사 업무를 총괄했던 임원을 구속한 뒤 내놓은 ‘입장 자료’에서다.

검찰은 케이티 본사 등에 대한 압수수색 끝에 김 의원 딸이 ‘서류전형 합격자 명단’에 없는 것을 확인했다. 케이티가 애초 “3년이 지나 폐기했다”며 감추려 했던 자료다. 케이티 채용 절차는 서류 심사 → 필기 및 인·적성 검사 → 1차 실무면접 → 2차 임원면접 단계를 거친다고 한다. 김 의원 딸의 경우 시작은 없고 끝만 있었다는 것이 ‘사실의 전부’인데도, 김 의원은 예의 “정치공작” “드루킹 특검 정치보복”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으니 보기에 딱하다.

김 의원은 검찰 수사가 시작되기 전 <한겨레>가 ‘채용 과정’의 여러 의혹을 보도할 때도 ‘채용 이후’에 해당하는 엉뚱한 자료를 제시하며 “권력과 언론이 합작한 정치공작”이라고 주장했다. 검찰 수사를 통해 명백한 증거가 나온 지금도 같은 말을 반복하니, 정치인의 몰염치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김 의원은 지난해 10월 서울교통공사 정규직 전환 비리 의혹이 불거졌을 때 “권력형 채용 비리”라며 국정조사를 강력히 요구했던 장본인이다. 그가 엄중 수사를 촉구하며 국정감사 중인 서울시청에 밀고 들어가려 했던 모습을 많은 국민이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이제라도 겸허히 사과하고 검찰 수사에 응하는 게 책임있는 국회의원의 자세일 것이다.

검찰이 김 의원 말고도 6명의 유력 인사가 채용 청탁에 연루된 정황을 확보했다고 한다. ‘제2의 강원랜드 사건’이 될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의 공정하고 철저한 수사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