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15일 정치를 본격적으로 해보겠다며 자유한국당에 입당했다. 입당 회견에선 으레 그렇듯 “통합” “화합” “밝은 미래” “새로운 정치” 등 온갖 미사여구가 등장했다. ‘입당의 변’이 무엇이든 황 전 총리의 정치 입문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국정농단 정권’의 2인자가 그 정권의 대통령이 여전히 ‘단죄의 시간’을 보내는 와중에 권력을 좇아 정치에 뛰어드는 건 무엇으로도 합리화하기 어렵다. 정치 도의로 보나 국민 정서로 보나, 본인은 물론이고 당과 한국 정치의 불행일 뿐이다.
황 전 총리의 정치 입문을 바라보는 시선이 매우 차가운 점을 고려하면, 그의 입당 회견은 ‘후안무치’ ‘적반하장’에 가깝다. 국정농단으로 인한 탄핵 사태에 머리 숙여 사죄해도 모자랄 판에, 제대로 된 사과 한마디 없었다. “지난 정부에서 마지막 총리를 지낸 사람으로서 ‘국가적 시련’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는 말뿐이었다. 무엇이 송구한지, 본인의 책임은 무엇인지 언급이 없다. 전형적인 ‘유체이탈’ 화법이다.
황 전 총리는 대신 “나라의 근간이 무너지고 있다”며 현 정권에 화살을 돌리기에 급급했다. 국정농단 정권의 총리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지낸 인물이 이제 와서 “나라의 근간” 운운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 “지난 정부에서 함께 일했던 모든 이들을 적폐로 모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고 했는데, 정권 2인자였던 자신은 적폐가 아니라는 식의 ‘속 보이는’ 주장이다.
황 전 총리는 2월 말 자유한국당의 전당대회 출마 여부에 대해 “국민들 뜻에 어긋나지 않도록 결정하겠다”고 출마 가능성을 비쳤다. 그의 대표 출마도 문제지만, 실제로 당선된다면 자유한국당은 말 그대로 ‘도로친박당’이 될 뿐이다. 자유한국당 스스로 확장성을 틀어막고, 정치 시계를 거꾸로 되돌리는 일이다. 황 전 총리가 대선주자 여론조사의 선두권에 있다지만 그런 인기가 물거품이 된 예는 허다하다. 자유한국당 당원들의 현명한 선택이 필요하다.
황 전 총리가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해 “국민이 하나 되는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한 것도 우려스럽기 짝이 없다. 탄핵을 당해 재판 중인 전직 대통령을 두고 ‘통합’ 운운하며 사면이 필요하다는 뉘앙스의 말을 하는 건 무책임하다. 법무부 장관까지 지낸 이가 할 말은 더욱 아니다. 황 전 총리의 정계 입문이 ‘친박 세력’ 결집과 박 전 대통령의 ‘명예회복’ 주장으로 이어지는 건 한국 정치엔 매우 불행한 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