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경기도 고양시 백석역 인근 열수송관 파열 사고 현장에서 한국지역난방공사 관계자들이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고양/신소영 기자
지난 5일 경기도 고양시 백석역 인근 열수송관 파열 사고 현장에서 한국지역난방공사 관계자들이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고양/신소영 기자

한국지역난방공사(공사)가 13일 발표한 ‘백석역 열수송관 사고 수습 및 재발 방지 대책’을 보면, 그간의 관리 부실 실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공사는 지난 4일 백석역 사고 이후 12일까지 공사가 관리하는 전국 열수송관 2164㎞ 가운데 20년 이상된 686㎞ 구간을 대상으로 열화상 카메라 등을 동원해 긴급점검을 실시한 결과, 203곳에서 ‘이상 징후’가 파악됐다고 밝혔다. 열수송관이 묻힌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의 지열 차이가 3도 이상 나는 곳이다. 온수 유출 가능성이 의심된다는 얘기다. 이렇게 많은 곳에서 사고 위험 가능성이 발견됐다니 도대체 그동안 관리를 어떻게 해온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공사는 203곳에 대해 내년 1월12일까지 정밀진단을 실시해 취약 지점 열수송관은 보수·교체를 할 계획이다. 엄밀한 조사와 신속한 대처로 국민 불안을 해소해야 할 것이다.

또 공사는 백석역 사고 구간의 위험성을 알고 있었는데도 방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사는 지난달 고양시 열수송관 전체를 대상으로 ‘위험 현황도’를 조사했는데, 이번 사고 구간을 ‘위험 1등급’으로 분류했다. 당시 바로 보강·교체 공사에 착수했다면 1명이 숨지고 55명이 다친 대형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유지·관리 업무지침’에 따라 땅 위로 수증기가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보수·교체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한다. 무사안일한 탁상행정의 전형이다. 공사는 ‘유지·관리 업무지침’을 고치기로 했는데, ‘뒷북 대응’이 아닐 수 없다.

광고

공사는 그동안 비용 절감을 위해 자체 인력을 줄이고 열수송관 점검 업무를 외부 용역업체에 맡긴 것도 사고의 한 원인으로 보고 있다. 안전 사고가 터질 때마다 지적되는 ‘위험의 외주화’가 또 드러난 것이다. 공사는 열수송관 안전관리 자회사를 만들어 전문인력과 장비를 확충해 점검 기능을 강화하기로 했다.

더 큰 문제는 공사의 긴급점검에서 지방자치단체 산하 공기업과 민간업체가 운영하는 열수송관이 빠졌다는 점이다. 전국 전체 열수송관 3956㎞ 중 공사가 55%인 2164㎞를 관리하고 나머지 절반에 가까운 45%는 5개 지자체 산하 공기업과 32개 민간사업자가 운영을 맡고 있다. 이들 열수송관이 공사가 관리하는 열수송관보다 안전하다는 보장이 없다. 실제로 공사의 긴급점검이 진행되던 11일과 12일 서울 양천구 목동 아파트와 경기 안산시 고잔동에서 열수송관 파열 사고가 발생했다. 목동은 서울시 산하 서울에너지공사가, 안산은 안산도시개발이 각각 운영하고 있어 긴급점검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다.

광고
광고

산업통상자원부는 민관합동 특별대책반을 구성해 지자체와 민간업체가 운영하는 열수송관에 대해 일일점검을 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 정도로 그칠 일이 아니다. 즉각 정밀점검에 나서 위험 가능성을 정확히 파악하고 보수·교체 등 필요한 조처를 취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이번 기회에 열수송관 안전관리 체계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일차적인 관리는 민간업체가 맡더라도 최종 책임은 정부가 진다는 자세로 통합 안전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맞는다고 본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을 더는 되풀이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광고

▶ 관련 기사 : 긴급 점검해보니…전국 열수송관 203곳 ‘이상 징후’

▶ 관련 기사 : 잇따른 안전사고…행안부, 80~90년대 도시 인프라 모두 점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