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병역거부자와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5일 오전 서울 용산 국방부 앞에서 '정부의 양심적 병역거부 징벌적 대체복무제안 반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철창에 갇힌 행위극을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국방부가 14일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 기간을 현역의 2배인 36개월로 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복무 기간이 현역병의 1.5배를 넘는 대체복무는 징벌적 의미를 띤 것이어서 대체복무제 도입 취지와 맞지 않는다. 지난 6월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양심적 병역거부가 헌법에 보장된 양심의 자유에 해당하기에 처벌하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국방부 방침은 헌재 결정 취지와 어긋난다. 재고하는 게 마땅하다.
복무 기간을 현역의 2배로 하는 게 인권침해라는 것은 대체복무제를 진작에 도입한 외국 사례나 인권기구의 권고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유럽평의회 사회권위원회는 “대체복무 기간이 무장 군 복무의 1.5배를 초과해선 안 된다”고 2008년에 결의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현역의 1.5배를 넘지 않을 것을 권고한다. 독일과 대만, 덴마크, 스페인 등 대부분 나라에선 1.5배 이내를 채택하고 있다. 대체복무 기간을 2배로 둔 핀란드는 현역 복무기간이 6개월로 매우 짧다.
산업기능요원·공중보건의사 등 다른 대체복무자(34~36개월)와 형평성을 고려할 때 현역의 2배 복무가 적당하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자신의 전공 분야에서 급여까지 받으며 군 복무를 하는 이들과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를 단순 비교하는 건 사리에 맞지 않는다. 대체복무가 병역기피 수단으로 악용되는 걸 막기 위해서라는 주장도 있지만, 이는 현역병의 복무환경 개선이나 합리적인 심사제도 도입 등 다른 방식으로 풀어나가는 게 맞는다고 본다.
국방부가 대체복무 분야에서 ‘지뢰 제거’를 배제한 건 잘한 일이다. 다만 복무 분야를 교정업무로 한정하지 말고 소방이나 치매노인·장애인 돌봄 등으로 확대하는 걸 검토해야 한다. 또 양심적 병역거부를 가릴 심사위원회는 군이 아닌 민간의 통제 아래 있어야 한다는 국제기구 권고를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