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7박9일 유럽 순방을 마치고 21일 귀국했다. 이번 순방은 역대 대통령들의 유럽 순방에 견줘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특히 우리 정부의 한반도 평화정착 구상을 동북아시아를 넘어 유럽까지 포괄하는 관심사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교황청을 공식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후 (현지시간) 바티칸 교황청을 방문해 프란치스코 교황과 단독 면담한 뒤 선물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교황청을 공식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후 (현지시간) 바티칸 교황청을 방문해 프란치스코 교황과 단독 면담한 뒤 선물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순방의 최대 성과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 초청 수락이다. 교황이 세계 가톨릭교회의 영적 지도자이고 국제적 영향력이 크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방북 수락 자체로 한반도 평화 과정에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할 만하다. 교황 방북은 북한을 고립에서 벗어나 국제사회 일원으로 서게 함과 동시에 비핵화를 촉진하는 중대한 계기가 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도 북-미 협상에 속도를 내도록 자극하는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교황의 방북이 조기에 성사될 수 있도록 정부는 외교 역량을 모아야 한다.

대북 제재 완화 문제를 국제 무대에서 공론화한 것은 문 대통령 유럽 순방의 또 다른 성과다. 문 대통령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프랑스·영국과 잇따라 정상회담을 하고 ‘북한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비핵화를 진척시키면 대북 제재 완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유럽연합(EU)의 주도 국가인 독일과의 정상회담에서도 이 문제를 거론했다.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상응조처로 종전선언 외에 제재 완화 문제를 국제적 논의 석상에 올린 것은 의미가 작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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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미국보다 앞서서 제재 완화 문제를 거론해 미국과 마찰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하지만, 그렇게만 볼 일은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주류사회에 둘러싸여 대북 회의론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그런 점을 고려하면, 제재 완화 문제를 선도적으로 거론해 국제 여론을 만들어가는 것은 트럼프 행정부에 운신의 폭을 넓힐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의 주동적 대응이 북-미 관계 개선의 촉진제 구실을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다만, 이번 순방에서 유럽 정상들이 즉각적인 대북 제재 완화에 유보적인 태도를 보인 것은 앞으로 우리 정부가 이 문제에 시간과 노력을 들일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할 것이다. 정부는 이미 공론화한 제재 완화 문제가 하루라도 빨리 결과를 낼 수 있도록 북-미와 관련국을 설득해 나가야 한다. 대북 제재 완화가 곧바로 이뤄지기 어렵다면,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을 제재의 예외로 인정받는 방안을 먼저 추진하는 것도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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