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 양재동 사옥. <한겨레> 자료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양재동 사옥. <한겨레> 자료 사진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을 둘러싼 공방이 뜨겁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개편안에 반대 의사를 밝혔고, 국내 기관투자가들에 영향력이 있는 의결권 자문사들과 참여연대는 합병비율을 문제삼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부정적 기류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특히 합병비율에 대한 지적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개편안은 모비스의 모듈·애프터서비스(AS) 부품 사업부(분할법인)를 떼내 글로비스와 합치고, 모비스 존속법인(투자·핵심부품 사업부)을 그룹의 지배회사로 삼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지배구조는 정몽구 회장 부자→존속 모비스→현대차→기아차로 단순해지고 순환출자 고리도 끊긴다. 공정거래위원회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현대차그룹이 주가 띄우기를 통해 수익 극대화를 노리는 엘리엇에 휘둘릴 필요는 없다. 엘리엇의 모비스 지분은 1.6%에 불과하다. 다만 지금 논란을 키우는 합병비율 문제는 다르다. 현대차는 글로비스와 모비스 분할법인의 합병비율을 1 대 0.61로 제시했다. 분할법인과 존속법인의 가치를 각각 9조3천억원과 14조5천억원으로 평가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모비스의 지난해 영업이익(1조9800억원) 가운데 분할법인 몫이 72%였음을 고려하면 합병비율이 불공정하다는 게 의결권 자문사들과 참여연대의 주장이다.

이번 공방은 29일로 예정된 모비스 주주총회에서 판가름 난다. 엘리엇을 포함한 외국인 지분 48%, 현대차그룹 우호 지분 30% 구도에서 향배는 9.8%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의 결정에 달렸다. 국민연금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외부전문가들로 구성된 의결권전문위원회에 맡겨 의결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만약 합병안이 부결되면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무산된다. 현대차그룹은 모비스 존속법인의 비전을 명확히 제시하거나 합병비율에 대한 추가 논의를 통해 소액주주와 기관투자가들을 설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