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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대주주 전횡 막을 ‘집중투표제 강화’ 당연하다

등록 2018-05-01 18:10수정 2018-05-01 18:57

‘땅콩 회항’ 피해자인 박창진 전 대한항공 사무장이 1일 오전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물벼락 갑질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한 서울 강서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땅콩 회항’ 피해자인 박창진 전 대한항공 사무장이 1일 오전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물벼락 갑질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한 서울 강서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 지침을 바꿔 집중투표제에 찬성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를 마련한 것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국민연금은 최근 개정한 의결권 행사 지침에 ‘집중투표제로 이사를 선임하는 경우 주주 가치 증대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조항을 넣었다. 국민연금이 주요 주주로 올라 있는 회사가 집중투표제 도입을 안건으로 올리면 국민연금이 이에 찬성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집중투표제는 상장회사 주주총회에서 이사를 뽑을 때 1주당 1표씩 행사하는 게 아니라, 선임하는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갖고 특정 후보에게 표를 몰아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가령 이사를 3명 선출한다면 1주를 가진 주주의 의결권은 3개이며 이를 한 후보에게 집중시킬 수 있다. 소액주주의 권리강화 차원에서 1999년 상법 개정으로 도입됐지만, 기업이 정관에서 이를 배제할 수도 있게 돼 있어 유명무실해져 있는 실정이다.

집중투표제 보강 움직임에 대해 일부에선 투기자본에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때마침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현대·기아차와 현대모비스에 지배구조 개편과 아울러 집중투표제 도입을 요구하고 있는 게 빌미가 되고 있다. 외국계 투기자본을 도와 국내 기업의 경영권을 위협한다는 주장이지만 지나친 비약이다. 국민연금이 집중투표제 관련 지침을 개정했다고 하더라도 ‘찬성할 수 있게’ 했을 뿐 반드시 하도록 의무화한 게 아니다. 더욱이 ‘주주 가치 증대’라는 기본 전제도 달려 있다. 경영권 방어의 근본 해법은 건강한 경영에서 비롯되는 것이지, 집중투표제 반대에서 나오지 않는다.

법무부는 지난 2월 자산 2조원 이상 상장회사에 집중투표제를 의무 도입하는 쪽으로 상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미흡하게나마 대주주의 전횡을 견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문화되다시피 한 집중투표제의 실효성 강화는 꼭 필요하다.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일가의 갖가지 기이한 행태도 그런 전횡의 한 예다. 집중투표제 도입을 의무화하더라도 해당 기업에 제도 도입으로 적용되는 것일 뿐 각 주주들로선 이사 선임 때 집중투표를 할지 말지 선택해 결정하게 된다.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면 삼성전자, 현대차가 외국인 손에 넘어간다는 식의 엄포로 실상을 호도하는 일은 중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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