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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삼성 사내하청 직접고용, ‘무노조 경영’ 폐기로 가길

등록 2018-04-17 18:23수정 2018-04-17 19:00

18일 오전 서울 마포구의 한 회의실에서 나두식 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전자서비스지회장(왼쪽)과 최우수 삼성전자서비스 대표이사가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하는 내용의 합의문을 작성한 뒤 악수하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제공
18일 오전 서울 마포구의 한 회의실에서 나두식 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전자서비스지회장(왼쪽)과 최우수 삼성전자서비스 대표이사가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하는 내용의 합의문을 작성한 뒤 악수하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제공
삼성전자 자회사인 삼성전자서비스가 사내하청 상태인 협력업체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직접 뽑기로 했다. 삼성전자서비스는 전국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와 협상을 벌여 이런 방안에 합의했다고 17일 밝혔다. 이에 따라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노동자 수는 약 8천명에 이른다고 한다. 사내하청인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대거 바꾸는 것이어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원청인 대기업에서 하청업체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한 사례는 이미 여럿 있었다. 에스케이(SK)브로드밴드가 지난해 서비스센터 직원 5200여명을 정규직으로 뽑았고, 현대자동차는 사내하청 노동자 3500여명을 단계적으로 특별채용한다고 올해 1월 밝혔다. 하지만 에스케이브로드밴드는 별도 자회사를 세워 정규직으로 뽑는 방식이었고, 현대차의 경우 불법파견 판결을 받은 상태에서 이뤄진 사후 조처였다. 반면 삼성전자서비스는 자회사 설립 같은 단계를 두지 않고 직접 고용하기로 했다. 또 이번 결정이 협력사 직원들의 처우 개선을 주장해온 노조를 대화 상대로 인정해 요구를 받아들이는 형식으로 이뤄졌다는 점도 평가할 만하다.

일각에서는 이번 노사 합의를, 검찰이 삼성의 ‘노조 와해’ 문건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과 연결 지어 해석하기도 한다. 검찰은 최근 삼성전자 수원 본사 등을 압수수색해 부당노동행위 정황이 담긴 문건을 다수 찾아냈다. 여기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 혐의 소송이 진행 중인 사정도 고려해 태도를 바꾼 것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전자서비스 노사의 이번 합의는 다른 대기업 사업장들의 사내하청 문제 해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또 삼성의 ‘무노조 경영’ 기조의 변화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삼성그룹에는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외에 삼성지회(삼성물산 노조), 삼성웰스토리지회, 삼성에스원노조 등 노조가 결성돼 있지만, 회사 쪽의 견제 탓에 규모가 작을 뿐 아니라 적극적인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 중 가장 큰 규모의 삼성전자서비스지회에서 협력업체 노동자가 원청업체 정규직으로 바뀌면 삼성그룹 전반의 노사 관계도 차츰 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삼성이 이번 노사 합의를 계기로 경영 성과뿐 아니라 기업 문화에서도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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