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19일 공정거래법을 전면 개편하기로 하고 학계·법조계 등 전문가들로 구성된 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1980년 공정거래법 도입 이후 전면 개편은 38년 만에 처음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현행 공정거래법으로는 재벌 개혁이든, 갑질 근절이든, 혁신 성장이든, 한국 경제가 달성해야 할 중요한 과제들을 제대로 이행하기 어렵다”며 “올 하반기 정기국회에서 심의할 수 있게 입법안을 제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각이 곱지만은 않다. 법 개정이 불필요해서가 아니다. 과거 잘못에 대한 제대로 된 반성과 성찰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참여연대는 20일 ‘공정거래법 개편에 앞서 공정위 적폐청산이 먼저다’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과거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성찰 없이 법만 바꾸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국정원·검찰·경찰·국세청 등 다른 권력기관은 모두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독립된 기구를 만들어 적폐청산에 나섰는데, 유독 공정위에서만 이런 노력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참여연대는 가습기 살균제 부실 조사, 삼성물산 주식 매각 물량 축소 의혹, 씨제이이앤엠(CJ E&M)에 대한 청와대 외압 등 과거 적폐의 구체적 사례들도 적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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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는 항변한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김상조 위원장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재조사를 통해 에스케이케미컬·애경·이마트 등 해당 업체들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물렸다는 것이다. 삼성물산 의혹도 김 위원장이 사과하고 시정조처를 하지 않았느냐고 반박한다. 또 당시 책임자들이 퇴임을 했는데 어떻게 책임을 묻느냐고 반문한다.

하지만 단지 잘못이 있었고, 그래서 사과하고 앞으로 잘하겠다는 식으로는 안 된다. 왜 이런 잘못이 저질러졌는지,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 명명백백히 밝혀내고 재발 방지를 위해 조직과 인적 구성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구체적 대안을 내놔야 한다. 퇴임을 해서 어쩔 수 없다는 것도 군색한 변명이다. 퇴임이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철저히 조사를 하면 진상이 드러나고 책임을 물을 방법도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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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와 언론이 제기하는 문제에 대해서만 찔끔찔끔 대처하는 것도 옳지 않은 태도다. 공정위의 적폐 사례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대형 건설사들의 4대강 공사 담합 봐주기, 재벌 면세점들의 담합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미스터피자를 비롯한 프랜차이즈 본사들의 갑질 묵인 등 부지기수다. 과거 공정위가 ‘불공정위원회’로 불린 이유다.

공정위는 지금이라도 과거의 잘못들을 모두 드러내고 독립된 기구를 만들어 조사를 해야 한다. 고질적인 ‘조직 보호 논리’를 깨트려야 한다. 철저한 진상 규명과 엄중한 책임 추궁만이 같은 잘못이 되풀이되는 것을 막고 ‘시장경제의 파수꾼’으로서 신뢰를 되찾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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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위원장에게 국민들이 걸었던 기대에 비해 아직 성과가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 개혁이 이뤄지지 않는 데 그 원인이 있는 건 아닌지 김 위원장 스스로 돌아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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