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앞을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지난 7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앞을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최근 집값 문제를 놓고 이견이 분분하다. 현상 진단부터 정책 평가까지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실효성 있는 처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확한 진단이 선행되어야 한다.

한국감정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시계열로 분석해보면,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 직후인 8월7일부터 올해 1월15일까지 전국 아파트값은 0.3% 올랐다. 거의 변동이 없다. 그러나 지역별로 보면 서울이 2.7% 상승한 반면, 수도권은 1.3% 오르는 데 그쳤고 지방은 오히려 0.7% 하락했다. 같은 서울도 편차가 크다.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가 5.9% 급등했고, 양천(4.8%) 광진(4.5%) 성동(3.6%) 동작구(3.4%)도 많이 올랐다. 하지만 나머지 17개구는 0~2%대로 안정세다.

강남 아파트값 급등을 두고 다주택자 규제에 따른 ‘똘똘한 한 채’ 수요나 특목고·자사고 폐지 움직임에 따른 8학군 수요 증가 등이 원인으로 거론된다. 하지만 강남 아파트 매수자의 거주지를 분석해보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지난해 8~12월 강남 아파트 매수자의 거주지 분포를 직전 5개월과 비교하면 강남 4구가 63%→60%, 강남 4구 외 서울이 16%→18%, 수도권과 지방이 21%→22%로 추세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다. 지방의 원정 투자가 강남 아파트값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주장은 근거가 희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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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군 수요라면 전셋값이 먼저 오른다. 그러나 강남 4구의 전셋값은 같은 기간 0.89% 올라 서울 평균인 0.88%와 차이가 거의 없다. 결국 강남 거주자가 강남 아파트를 또 사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강남 아파트의 3.3㎡당 평균 가격이 지난해 12월 3300만원을 넘었고 일부 재건축아파트는 6천만대에 육박하고 있다. 강남 부자를 제외하면 고가의 강남 아파트를 살 수 있는 재력가는 별로 없다.

최근 강남 아파트값에 기름을 부은 것은 재건축 바람이다. 30년 이상 된 저층 아파트가 초고층 최신 아파트로 바뀌는 데 값이 안 오를 리 없다. 강남 4구도 8·2 부동산 대책 이후 11월까지 4개월 동안은 상승률이 1.7%에 그쳤으나 12월부터 한달 보름 새 3.3%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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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에서 강남은 어차피 ‘그들만의 리그’니까 그냥 놔두고 정부는 중산·서민층의 주거 안정에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러나 강남 과열이 순차적으로 서울 전역과 수도권, 지방으로까지 번진 과거 경험에서 알 수 있듯이 위험한 발상이다. 전국적 현상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불길을 반드시 차단해야 한다.

겉으로는 정상거래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세금을 내지 않고 부모한테 받은 돈으로 강남 아파트를 구입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국세청이 18일부터 이런 ‘편법 증여’가 의심되는 532명을 대상으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단발성으로 그치지 말고 고강도 조사를 상시적으로 해야 한다. 올해부터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부활됐다. 개발이익을 빠짐없이 부담금으로 환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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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그동안 여러 대책을 내놨다. 대출 규제와 분양권 전매 금지 등은 이미 시작됐고, 양도소득세는 4월부터 강화된다. 남은 카드로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강화와 아파트 후분양제 도입 등이 있다. 정부는 보유세 강화는 올해 상반기에 개편안을 마련해 하반기에 시행하고, 후분양제는 공공아파트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시행 시기를 앞당길 필요가 있다.

집값 안정은 역대 어느 정부도 성공하지 못한 난제 중의 난제다. 투기 요인을 뿌리 뽑고 중산층의 내 집 마련 기회를 확대하고 서민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공적임대주택을 늘리는 길 외에는 왕도가 없다. 정부가 중심을 잡고 일관되게 나아가야 한다. 정부가 흔들리면 죽도 밥도 안 된다는 게 이전 정부들이 물려준 뼈아픈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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