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 국가안보전략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워싱턴/UPI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18일(현지시각) 내놓은 새 국가안보전략 보고서를 보면, 세계가 반세기 전의 ‘냉전·대결의 시대’로 돌아가는 게 아닌가 우려하게 된다. 보고서는 중국과 러시아를 “경쟁자”로 규정하며, “강대국 간 경쟁이 돌아왔다”고 명시했다. 그리고 두 나라를 향해 “미국의 안보와 번영을 침해하려고 시도하면서 미국의 힘과 영향력, 이해에 도전하고 있다”고 못박았다. 마치 ‘미국 중심 세계질서에 감히 도전하지 말라’는 엄포처럼 비친다. 미국의 패권 유지를 위해 중국·러시아 견제를 본격화하겠다는 뜻이 담겼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당시 내걸었던 ‘미국 우선주의’ 공약의 국제판이라 할 수 있겠다.
국제사회에서 국가 간 경쟁은 피할 수 없다. 특히 미국과 중국, 이른바 주요 2개국(G2)이 외교안보·경제 등에서 전방위적으로 맞서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기도 한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초강대국들은 세계 평화와 번영을 위한 협력에 먼저 힘을 쏟아야지, 이처럼 대놓고 서로를 ‘경쟁 상대’라 공공연히 선언하는 건 지구촌에 큰 걱정거리를 던지는 것이다.
보고서는 특히 중국에 대한 견제로 가득 차 있다. “위반, 속임수, 경제적 침공에 더는 눈감지 않겠다”며 원색적 용어로 무역 불균형 문제를 강하게 비판했다. 경제 분야에서 미국의 중국 견제가 본격화할 것임을 예고한다. 또 중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지위를 대체하고, 자신들의 이익에 맞게 지역 질서를 재편하는 방안을 추구하고 있다”고 밝혀, 아시아에서 미-중 갈등이 증폭할 가능성을 보여줬다. 트럼프 행정부는 “무적의 힘이 가장 확실한 방어수단”이라고 강조해, 방위비 증강 등을 통해 중국을 군사적으로 압도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다시 냉전 시대로 돌아가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기 짝이 없다. <뉴욕 타임스>는 “30년 동안 초강대국들의 경쟁이 휴가 기간을 보내고, (이제) ‘휴가는 끝났다’는 걸 암시했다”고 표현했다. 지난해 ‘사드 배치’ 갈등에서 보았듯이, 한반도를 둘러싼 미-중 갈등은 한국을 훨씬 힘들게 만들 수밖에 없다. 특히 북한을 염두에 두고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일 다층 미사일방어(MD·엠디) 체계를 구축하려 할 경우, 동북아 정세에 큰 파문을 일으킬 수 있다.
보고서는 북한을 ‘불량 정권’으로 규정하면서 “압도적 힘으로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선제타격’이나 ‘예방전쟁’ 등 군사행동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게 그나마 다행이라 하겠다. 하지만 68쪽 분량의 보고서에 ‘북한’이란 단어가 17번이나 등장하는 등 북한 핵·미사일에 대한 미국의 긴장감이 매우 높아졌음을 드러냈다. 미-중-러 대결 구도의 접점이 자칫 한반도가 될 가능성을 걱정하게 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신냉전 시대’ 예고에 대응해서, 우리 정부는 더욱 세심한 위기관리에 긴장감을 늦추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