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의 출당을 놓고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대표와 친박 세력 간의 내분이 극심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친박 핵심인 서청원 의원은 22일 박 전 대통령과 자신 그리고 최경환 의원에게 ‘탈당 권유’ 결정을 내린 홍준표 대표의 퇴진을 요구했다. 서 의원은 특히 “2015년 홍 대표가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을 당시 나에게 ‘협조’를 요청했다”고 폭로성 발언까지 했다. 이에 홍 대표는 “최근 서 대표 측근들이 찾아와, ‘(성완종 사건 때의) 전화 녹취록이 있다’며 출당을 취소하라고 협박했다”고 반격했다. 전·현직 당대표가 금품비리 사건 내막까지 들먹이며 사생결단의 싸움을 벌이는 것이다. 한심한 꼴불견이 아닐 수 없다.

새누리당 후신인 자유한국당은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으로 이미 나락까지 굴러떨어졌다. 그런 정당이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 앞으로의 방향과 가치를 놓고 치열하게 싸운다면 그건 미래를 향한 것이니 나름 의미가 있고 봐줄 만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싸움은 ‘보수의 혁신’과는 하등 관련이 없다. 오직 정치적 생존과 연명을 위한 이전투구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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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대표는 박근혜·서청원·최경환 출당이 “구체제와 단절하는 신보수주의의 새로운 시작”이라고 주장하지만, 말장난에 불과하다. 홍 대표가 지난 대선 이후 보여준 언행을 보면 그는 ‘박근혜’를 정치적 이익을 위해 활용했을 뿐 ‘박정희-박근혜’로 상징되는 한국 보수정당의 퇴행적 본질과 진정으로 결별하려 했던 적이 없다. 바로 며칠 전까지 박 전 대통령의 구속 연장에 대해 “문재인 정권의 정치보복”이라고 허무맹랑한 주장을 폈던 게 자유한국당 지도부다. 그런데 이제 와서 박근혜와 그 핵심 한둘을 당에서 내쫓는다 하여 ‘신보수’로 변신할 수 있다고 누가 믿겠는가.

새로운 보수로 혁신하려면, 기존 정책과 가치를 재정립하고 ‘꼴통’이란 소리까지 듣는 극단적 행태를 벗어나는 게 훨씬 중요하다. 이런 변신의 노력은 하지 않고 정치인 한둘 출당시킨다고 당이 바뀔 리가 없다. 사실 ‘박근혜 출당’ 결정도 바른정당 일부 의원들과의 통합을 위한 정치적 술수에서 비롯한 일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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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사건까지 끄집어내며 홍 대표를 공격하는 친박 세력 행태도 국민들 보기엔 꼴불견이다.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에 공동 책임이 있는 서청원·최경환 등 친박 핵심들은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자기 정치생명이 경각에 달리자 당대표의 치부까지 들춰내며 살길을 찾는 모습을 보면, 아직도 잘못을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보수 혁신’이란 대명제는 사라진 채 얼굴 분칠하는 방법을 놓고 내분을 벌이는 자유한국당 모습이 위기의 한국 보수정당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것 같아 씁쓸하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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